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2월 초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SK그룹과 청와대에 따르면 최 회장과 임 실장의 만남은 SK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임 실장이 그 직후인 9일 아랍에미리트(UAE)를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둘의 만남과 UAE 방문이 연계돼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와 SK는 “두 사람의 만남은 UAE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UAE에서 정부에 부탁할 만큼 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 계열사가 UAE에서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SK건설의 루와이스 정유공장 원유정제 설비 공사 정도다. 공사 금액이 21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로 작지 않지만 2016년 5월 예비준공을 하고 현재 하자보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2018년 4월 최종 준공을 목표로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UAE 관련 추가 사업을 물밑에서 진행하다가 걸림돌을 만났을 수도 있다. 코트라의 ‘2018 아랍에미리트 진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시(Dubai Municipality)는 2018년 34억 달러(3조6000억원) 규모의 하수터널망(Deep Tunnel Sewer Network) 공사를 발주할 예정인데 SK건설이 관심이 있다. 보고서는 “세부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SK건설은 육상석유운영회사인 ADCO가 발주할 예정인 ‘알 다비야 ASR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최 회장은 2016년 11월 UAE를 방문해 현지 국부펀드인 MDP와 석유회사 MP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난 바 있다.
SK가 이란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다 UAE의 견제를 받고 이를 청와대와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중동 정세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2016년 1월 미국의 제재 해제로 이란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지난 3월 4조원대(34억 유로)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이란 민자 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한편 UAE에서는 바라카 원전 외에도 국내 업체의 프로젝트가 20개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UAE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인 타크리어가 발주한 루와이스 정유공장 건설 등의 준공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가 아닌 공사 자체 지연 때문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사 지연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으며 이는 손실에 반영됐다”면서 “정치적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지난 10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면담하는 등 다른 대기업 인사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최태원·임종석의 대화… SK, UAE 사업에 걸림돌 있었나?
입력 2017-12-31 21:25 수정 2017-12-31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