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잠시 피해가세요.’
31일 서울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노란색 텐트 안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텐트에는 추위를 피해가라는 문구와 함께 ‘따스안’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매서운 한파는 잦아들었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있던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텐트 안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돌렸다.
따스안은 은평구가 설치한 한파 가림막이다. ‘온기 텐트’로도 불리는 이 설치물은 디자인 전문업체에 의뢰해 지붕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했다. ‘마을 민주주의 실현이 곧 지방분권입니다’라는 문구도 새겨졌다.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지방분권을 안내하는 홍보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통일로와 수색로변 버스정류장에 10개소를 우선 설치한 은평구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고 추가로 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온기누리소’를 설치한 성동구를 시작으로 서울 자치구들은 인파가 많이 몰리는 대형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가림막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투명 비닐로 제작된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작은 배려로 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양천구는 ‘온기충전소’라는 이름을 붙여 가로 3m, 세로 1.5m의 가림막을 운영 중이다. 강풍이 불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수시로 현장에 설치된 온기충전소를 들여다보면서 운영하고 있다. 강풍이 예상될 때는 잠시 철거했다가 재설치한다. 중구 역시 명동 롯데백화점 인근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온기통’이라는 이름의 붉은색 가림막을 설치했다. 펭귄 그림과 함께 적힌 ‘추운 마음이 따뜻해질거에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밖에도 관악구, 서대문구, 도봉구 등이 가림막을 운영 중이다.
한파 가림막은 여름철 ‘그늘막’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전국 곳곳에서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설치됐던 그늘막처럼 매서운 바람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대표적인 여름철 그늘막이었던 서초구 ‘서리풀원두막’은 겨울을 맞아 ‘서리풀트리’로 변신했다. 120여곳에 설치돼 폭염 속 보행자들에게 작은 그늘을 선사했던 서리풀원두막은 겨울이 되면서 주민 아이디어를 통해 서리풀트리로 거듭났다. 접어둔 원두막을 전구 장식 등으로 감싸 트리처럼 활용한 것이다. 80개 트리 중 4개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자가 발전으로 빛을 내는 친환경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정류장의 ‘온기 텐트’… 시민 손·발, 마음까지 녹인다
입력 2017-12-31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