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잡아 볼까… 다가가는 아베-시진핑 ‘2018 해빙무드’

입력 2018-01-01 05:00

구애하는 아베

양국 평화우호조약 40주년
정상 상호방문 성사 노력
일대일로 사업에도 협력

표정 푸는 시진핑

난징 추모식서 연설 안 해
“일본 입장 배려” 해석
日 기업 위한 조치도 합의

중국과 일본의 해빙 무드가 완연하다. 새해부터 일본이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적극 협력하고,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통해 중·일 관계가 진일보한 형태로 다시 정의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일본 개최를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일대일로 관련 양국 공동사업에 대해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태양광패널 이용 발전을 비롯한 에너지 절감, 물류, 제3국 산업 고도화 등 분야에서 중국과 공동사업을 하는 자국 민간기업에 금융지원을 해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개발 사업에 중국 참여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대상 사업은 서아프리카 기간도로망 연결, 케냐 도로·교량 정비, 카메룬과 콩고를 잇는 도로 정비, 르완다 도로망 정비 등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처럼 일본이 일대일로에 협력하면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영토분쟁 도발을 자제하거나 일본의 헌법 개정을 과거사 인식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도 중·일 평화우호조약(1978년) 체결 40주년인 올해 일본이 크게 신경 쓰는 일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먼저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답방을 요청할 계획이다. 시 주석 방일이 올해나 내년에 이뤄지면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문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의는 2008년 작성된 ‘전략적 호혜관계’로, 입장이 서로 다른 역사문제는 사실상 제쳐두고 경제 등 공통이익을 축으로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18년은 대중(對中) 관계를 개선할 최고의 기회”라며 “진심으로 관계 개선을 추진하되 일본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말을 중국이 한다면 주장할 건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세계 2위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긴장 관계를 지속하는 게 자국 경제뿐 아니라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에도 좋을 리 없다는 판단에 유화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도 일본에 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다. 지난 13일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시 주석이 참석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이 일본에 대한 배려로 해석됐다.

이후 양국 금융 당국은 일본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채권(판다 본드)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교환 틀 마련에 합의했다. 일본 대형은행 2곳이 판다 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일본 금융사와 기업의 판다 본드 발행은 그만큼 자금 조달 수단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중국 사업의 확대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