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유율 3위 화웨이, 이젠 미국 공략

입력 2018-01-01 05:02

자국서 애플·삼성 꺾은 뒤
이통사 AT&T와 손잡아

올해 초 애플 안방 진출
삼성·LG전자, 경계심 높여


자국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을 꺾으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에 오른 중국의 화웨이가 올해 초 미국 시장에 정식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중국 업체 샤오미도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2월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손잡고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메이트10은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셋 ‘기린970’을 탑재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다.

화웨이가 미국 이동통신사를 거쳐 정식 판매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전까진 미국의 일부 IT기기 유통점을 통해 단말기만 따로 팔았다. 화웨이는 미국 시장 진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올해 광고비로만 약 1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업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오포 18.9%, 화웨이 18.6%, 비보 18.6%, 샤오미 13.8%, 애플 10.0% 순이다. 같은 기간 삼성·LG전자는 5위 밖으로 밀려났다.

화웨이는 자국에서 애플·삼성전자와 경쟁하며 활용했던 전략을 미국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유통망 확장에 힘쓰고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해 ‘중국 스마트폰은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해 왔다.

화웨이는 미국과 ‘닮은꼴’인 유럽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스페인과 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점유율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아직 중국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여기는 인식이 낮다”며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 진출은 유럽 진출보다 까다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화웨이 제품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는 ZTE와 레노버 등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과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LG전자는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진출로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에 치여 점유율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