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AFTA 재협상서
원산지 규정 개정 등 요구
한국에 유사 주문할 수도
원화 강세로 수익성 악화
노사 관계도 순탄치 않아
전문가 “힘든 한 해 될 것”
2018년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 만만치 않을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최근 계속되고 있는 원화 강세도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발 ‘사드 한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난제들이 첩첩산중 쌓이고 있다.
5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공세적으로 나오는 분야는 자동차산업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 국회에 출석해 “(미국 측이)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더 잘 팔릴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더 노골적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2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의무규정이 합리적이지 않다.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할당량(쿼터)도 너무 적다”며 공세를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은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원산지 규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62.5%인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85%로 높이고, 미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도 유사한 주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또 한국의 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미국산 자동차 쿼터를 늘려 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만5000대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가 여전히 북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강세도 자동차 업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070.5원에 마감됐는데 2016년에 비하면 140원 가까이 떨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원화 강세는 현대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산 차 매출은 4200억원 정도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엔화 약세로 도요타 닛산 등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환율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내수 시장도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내수 전망을 182만대로 예상하면서 국산차는 지난해 대비 1.9% 줄어든 153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사관계는 여전히 순탄치 않다. 현대차의 경우 12월 들어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노조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며 협상이 해를 넘기게 됐다. 한국GM도 지난 30일 가까스로 노사가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투표가 남아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31일 “국내 자동차산업에는 한·미 FTA 자동차 협상, 미뤄진 임금단체협상, 한국GM 철수설, 폭스바겐 아우디의 판매 재개 등 여러 악재가 누적돼 있다”며 “2018년은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한·미FTA 개정에 원화강세… 자동차업계 새해도 만만찮네
입력 2018-01-0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