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1위 질주의 숨은 비밀
다양한 공격 방식 비해 크로스는 적어
바르샤 스타일에 빠른 공수 전환 더해
“FC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 철학을 기본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특성에 맞는 빠른 속도가 ‘튜닝’된 팀이다.”(한준희 KBS 해설위원)
“비현실적인 플레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보다 지금이 더 강해 보인다.”(김태륭 SPOTV 해설위원)
EPL 연승 신화를 이어가는 1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경기마다 70%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유율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리그 평균치의 2배에 가까운 패스다. EPL에 따르면 31일(한국시간) 현재 맨시티의 팀 패스는 1만4593개로 20개팀 중 1위다. 2위 아스널(1만2624개), 3위 리버풀(1만2372개), 4위 첼시(1만2009개) 등과 비교해도 유난히 패스가 잦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주고받는 맨시티지만 롱패스(879개)는 리그에서 가장 적다. 1위 번리(1600개)의 절반에 머무르는 수치다. 르로이 사네, 라힘 스털링 등의 엄청난 측면 공세에도 불구하고 정작 크로스(370개) 숫자도 적은 편이다. 맨시티의 크로스는 20개팀 가운데 15위 수준이다.
많은 패스와 적은 크로스가 상징하는 것은 결국 다양한 공격이다. 한 위원은 “다른 팀들이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날려버린다면, 맨시티는 측면에서도 주고받는 플레이를 펼치며 페널티 에어리어로 더욱 접근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맨시티는 크로스 이외에도 개인 돌파로 수비 블록을 깨고 파울을 유도하는 등 여러 패턴을 다양하게 조합한다”며 “이상적 이론을 현실화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격을 펼친다고 해서 맨시티와 과르디올라 감독이 그저 ‘티키타카’를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미드필더진의 킬러 패스, 윙백들의 스피드를 토대로 한 빠른 공수 전환(트랜지션)은 EPL의 특성에 맞게 새로 습득된 맨시티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 위원은 “엄청난 전환 속도,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 등은 과거 바르셀로나 스타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과거 바르셀로나가 공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 맨시티는 공뿐 아니라 공간까지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맨시티 축구의 핵심을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로 꼽았다. 그는 “더 브라위너는 공을 지켜내면서 필요하면 드리블로 뚫고 올라오기도 하고 먼 거리에서 직접 찌르기도 한다”며 “맨시티의 스피드를 높이는 중심”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맨시티의 베스트 11을 보면 “약점이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과거의 강팀들이 효율적인 조합으로 선수 개개인의 약점을 극복했다면, 현재의 맨시티는 선수 개별 차원에서도 단점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임 이후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높은 수비 자세를, 스털링은 마무리 단계의 약점을 극복했다. 김 위원은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이 사이보그화한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패스 최다에 롱패스는 최저… “맨시티는 사이보그팀”
입력 2018-01-0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