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의 대모’ 원로 연극인 이병복씨 노환으로 별세

입력 2017-12-31 22:25

‘무대미술의 대모’ 원로 연극인 이병복(사진)씨가 지난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무대미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고인은 전위적인 무대미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연극협회는 100편이 넘는 무대미술 작업으로 현대연극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을 기리고자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장례를 엄수한다고 31일 밝혔다.

1927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한 고인은 48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57년 남편과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라 조각과 패션을 공부하고 의상 관련 학위를 받았다. 남편은 한국 추상회화 1세대 화가인 고(故) 권옥연(1923∼2011)이다.

고인은 66년 연출가 김정옥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차려 40여년간 이끌었다. 배우 박정자 김용림 김혜자 최불암 등이 창단 멤버다. 68년 서울 중구 명동에 소극장 ‘카페 떼아뜨르’를 설립해 75년 폐관 때까지 20여편의 드라마를 상연했다. 이 소극장은 모노드라마 공연의 산실 역할을 했다.

87년에는 한국무대미술가협회를 발족하고 회장직을 맡았다. 88년 세계무대미술가협회에 가입해 국내 무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했다. 국제무대미술경연대회 심사위원, 국제무대미술가협회 이사, 한국무대미술학회장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권유진(첼리스트)씨와 딸 권이나(재불화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발인은 1월 1일 오전 7시(02-927-4404).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