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반도 정세… 진찬룽 런민대 부원장 인터뷰
北주민 기아에 빠뜨리고 위기 초래
北 정권 세운 건 中이 아니라 소련
러, 對美 협상카드로 개입하려고 해
中, 對北 영향력 있지만 통제는 못해
사드는 군사적으로 큰 위협 아니지만
美에 치우친 한국에 정치적 실망감
사드 빌미로 핵전력 확대 서둘러
진찬룽(55)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국민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의 최고 통수권자가 모두 예측불허의 성격이어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북한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한·중 사드(THAAD) 갈등에 대해선 “중국이 핵전력을 확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지난 24일 베이징 런민대 연구실에서 진 교수를 만났다.
대담=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
“나는 전쟁과 평화의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몇 년간 급속도로 발전해 미국의 레드라인에 도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은 이미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선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은 극도로 긴장을 끌어올려 기회를 잡으려 하지만 이제 그럴 여유가 거의 없다.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는 극한까지 왔다. 제재의 효과가 없다면 미국은 해상봉쇄를 들고 나올 수 있다. 북한은 해상봉쇄는 곧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 위험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예전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겼다. 북한을 공격하면 대가가 너무 크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지금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측불가의 인물이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무력동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도 매우 강경하다. 북한은 태평양 상공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미사일로 괌 부근을 타격할 수도 있다. 이는 전쟁 행위다. 우발적인 사건으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줄곧 매우 약했다. 북한 정권은 중국이 아니라 소련이 만들었다. 북한 사람들 마음속에 대부(godfather)는 영원히 소련이다. 사람들은 이걸 잊어버린다. 2차대전이 끝나기 전인 1945년 2월 얄타 회담에서 미국은 소련에 일본 관동군을 격퇴시켜 달라고 하면서 그 대가로 북쪽을 떼어줬다. 같은 민족인 남북한은 당연히 통일국가여야 하는데 미·소가 거래를 한 것이다. 북한은 소련이 만들었다. 북한 정권 수립은 1948년이고 신중국은 한 해 늦은 1949년 생겼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있지만 통제력은 없다. 과거 북·중은 함께 전쟁을 치른 특수관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북한은 아주 독립적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가 철회했다. 협상의 기술인가.
“국무부는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틸러슨의 말은 진심이다. 문제는 백악관이다. 틸러슨 발언이 있은 다음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틸러슨의) 뺨을 때렸다고 했다. 미국은 분열돼 있다. 트럼프는 북한을 타격하자고 하고, 틸러슨은 협상을 얘기하고,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타격도 협상도 말고 그냥 억제하자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무조건 지지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어떤 제안도 환영한다. 미국이 동의한다면 한동안 정세가 안정될 수 있다. 협상을 위한 좋은 기회도 열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보수적 대결정책 사이에서 길을 찾는 것 같다. 두 정책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대체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중국이 절대 쓸 수 없는 카드인가.
“이는 인도주의적인 문제다. 북한의 기본적인 생활은 보장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원유 공급뿐만 아니라 식량 공급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북한 주민들을 기아에 빠뜨리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다. 북한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면 중국에도 좋지 않다. 또 원유와 식량 공급을 끊으면 중국은 북한의 최대 적이 된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지 6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똑똑하다. 외부 상황에 대한 이해 수준도 높다. 그러나 경험 측면에서 걱정된다. 그는 아버지처럼 핵 보유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극단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버지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 장난이 진짜가 될 수 있다. 그가 너무 과하게 나가고 있어 지금 위험하다.”
-김정은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 같은가.
“핵·미사일 개발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자살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성적이다. 하지만 고의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상대편이라도 이성적이면 문제없지만 상대도 매우 비이성적이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둘 다 성격이 급하고 예측불가다. 그게 위험하다. 또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려는 것은 새로운 위험이다. 러시아는 대국으로서 신뢰하기 어렵다. 현재 러시아는 대미 협상 카드를 얻기 위해 북한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 북한이 가장 믿을 만한 친구는 한국과 중국이다. 우리는 이웃이고 이해가 걸려 있으니 정말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두 나라를 무시하니 참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북핵과 미국의 군사력 중 어떤 것을 더 큰 현실적 위협으로 보나.
“둘 모두 걱정하지 않는다. 중국은 대처 능력이 있다. 중국이 군사적 해결을 원한다면 북핵을 파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선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강하다. 미국의 군사력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 같은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반드시 이긴다. 미군은 38선을 지킬 수 없다. 중국은 짧은 시간에 한반도를 완전히 점령할 수 있다. 중국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바라지도 않는다. 대가가 너무 크다.”
-사드 갈등 이전 상태로 한·중 관계가 복원될 수 있나.
“사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사드는 중국에 군사적 위협이지만 아주 큰 위협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실망감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길 원했다. 하지만 한국은 사드 배치로 미국편에 섰다. 사드 반대라는 중국의 태도는 매우 결연하다. 중국은 핵전략을 바꿨다. 사드를 빌미로 핵전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조만간 둥펑 41을 대규모로 배치한다. 둥펑 41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ICBM이다. 중국은 또 수중 핵전력을 대규모로 배치할 것이다. 096형 핵잠수함도 진수한다. 이는 미국 핵잠수함 컬럼비아호에는 못 미치지만 러시아보다는 좋다. 중국은 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스텔스 폭격기 훙 20도 곧 선보인다. 이로써 중국은 ‘3위1체’의 핵무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여기에는 구실이 필요한데 사드가 빌미를 만들어줬다. 이런 핵무기 체계가 갖춰지면 사드 갈등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본다.”
-일본이 북핵을 빌미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데.
“중국은 일본을 걱정하지 않는다. 1937년 중국 침략 당시 일본은 산업화가 아주 잘된 나라였고, 중국은 농업국가였다. 일본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현재 중국은 산업화를 이뤘다. 만약 중일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일본을 소멸시킬 것이다.”
▶진찬룽 부원장은
런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으로 미국의 정치제도와 외교 등에 조예가 깊은 중·미 관계 전문가다.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한국 학자들과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 솔직하면서도 예리한 시각과 참신한 분석으로 복합한 국제정세를 쉽게 풀어내는 학자란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 정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글을 많이 써 왔고, 관영 매체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 석사를 거쳐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와 중앙조직부, 과학기술부 자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schroh@kmib.co.kr
“중국이 원유·식량 끊으면 북한의 최대 敵 될 것”
입력 2018-01-0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