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시린 손으로 가슴을 부비는 사람들을 위해
착한 마음 하나
고샅길 돌담에 걸어두자.
삶을 여민 옷깃 속에서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깊고 처절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마음 하나 걸어 두자.
아침의 맑고 진정한 작은 마음의 기도를
응답하는 이가 들으리니
오늘 하루 사립 밖 움츠린 거리에
간절한 마음의 작은 촛불 하나 걸어두자.
어느 착한 마음의 가녀린 기도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리니
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착한 마음 하나씩 가슴에 걸어두자.
정순영
▒ 시인 정순영은…
시인 정순영(68·사진)은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잡은 손을 놓으며’ 등을 냈다. 한국시학상 여산문학상 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토지문학제 추진위원장,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산위원회 회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부산과학기술대와 동명대 총장을 역임했다.
[송년시-정순영] 착한 마음 하나 걸어두자
입력 2017-12-29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