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투기판 ‘가상화폐’ 일문일답
신원 확인 안 된 프로그래머가 개발
가상화폐 미래, 워런 버핏은 부정적
빌 게이츠는 “대규모 거래 땐 긍정적”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를 포함한 규제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에 이어 사실상 가상화폐에 대한 ‘제2의 투기와의 전쟁’ 선포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5∼6명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대응팀을 신설한다.
불길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 1월 개당 100만원이었는데 이달 들어 2000만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9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탐욕과 싸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는 금융의 미래일까. 버블에 불과한 것일까. 의문점들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누가 처음 만들었나.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신원 확인이 안 된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국적은 물론 개인인지 단체인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나카모토는 2008년 10월 ‘비트코인: P2P(peer to peer) 전자현금시스템’이라는 제목의 9쪽 논문을 인터넷(bitcoin.org/bitcoin.pdf)에 올린다. 다음해 이 프로그램이 공개되며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된다.”
-어떻게 얻을 수 있나.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컴퓨터로만 풀 수 있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도 등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개인 등에게서 직접 살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맡겨놓거나 자신의 PC 등에 개설된 전자지갑에 보관할 수 있다.”
-실물이 없어 위험한 것 아닌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다. 모든 거래 내용 및 디지털 장부를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공유하는 개념의 기술이다. 기존 화폐는 디지털 장부 등 기록을 은행 등의 중앙 집중형 서버에 보관한다. 가상화폐는 이런 중앙 서버가 필요 없다. 이론적으로는 거래내역을 은행이 관리하는 기존 화폐보다 오히려 위·변조 위험이 적다.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보유한 디지털 장부를 한 번에 조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거래소가 해킹을 당했는데.
"조작 위험이 적다는 건 금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 것처럼 비트코인의 가치 자체를 훼손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한 번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내역은 조작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지갑의 보안성이 취약한 경우 악성코드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빼낼 수 있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블록체인 장부를 사용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가상화폐를 맡아만 두는 형식이라 해킹 등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의 블록체인 전자지갑에 보관하면 비교적 안전하지만, 열쇠 역할을 하는 개인키를 도난·분실할 수는 있다."
-비트코인으로 실제 결제할 수 있나.
"국내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은 약 150곳이다. 시세를 기반으로 곧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비트코인 시세를 1코인당 2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5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0.0025코인을 쓰게 된다."
-거래소 폐쇄는 가능한가.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거래가 가능하다. 전 세계 거래소가 한 번에 문을 닫지 않는 한 개개인이 해외 거래소에서 해당 국가의 통화를 사용해 가상화폐를 사는 것까지 원천 봉쇄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란.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현재까지는 은행에서 제공되는 가상계좌를 써왔다. 실제 누가 거래를 하는지 실명확인이 어렵다. 이런 시스템을 중단하고, 실명 거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중단돼 신규 투자자 진입은 어려워지게 된다. 실명제 기반으로 과세 및 1인당 거래 한도 제한 등 규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가상화폐의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가상화폐의 실체가 없다고 본다. 적어도 이렇게 가치가 오른 것은 거품이라는 판단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수표로 돈을 거래할 수는 있지만, 그 이유로 종이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성이 워낙 심해 결제 수단으로 쓰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긍정파는 미래 금융 거래가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신속한 거래가 가능하고, 환거래의 불편함이 없고, 중앙은행 등을 거칠 필요가 없어서 금융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4년 '비트코인이 대규모 거래 시 달러 등 기존화폐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투데이 포커스] 정부, 가상화폐 ‘투기와의 전쟁’ 선포… 거래한도 과세 ‘꼼꼼한 감시
입력 2017-12-30 05:00 수정 2017-12-30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