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양 4월에 사망… 친부·내연녀 모친이 매장

입력 2017-12-30 05:00
실종됐던 고준희양의 시신이 29일 오전 4시50분쯤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에 의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실종 8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친부 “야근 마치고 가보니
토사물 흘린 채 숨져있었다
생모와 이혼소송 영향 우려
시신 싣고가 야산에 묻어”

철저한 알리바이 꾸며
아이 ‘생일 미역국’ 돌리고
매달 양육비 명목 계좌 송금
장난감·어린이 옷 진열도

신고 21일 만에 자작극 들통
타살 미확인… 학대 여부 수사

전북 전주에서 실종 신고된 고준희(5)양은 지난 4월에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준희양의 시신은 친부 고모(36)씨가 내연녀의 어머니 김모(61)씨와 함께 군산의 야산에 몰래 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29일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준희양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준희양의 시신은 보자기에 싸인 채 땅속 30㎝ 아래 묻혀 있었다. 별다른 상처는 없었으며 준희양이 평소 좋아하던 인형이 함께 매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4월 27일 고씨와 김씨의 휴대전화가 군산에서 꺼져 있었던 점을 수상히 여기고 집중 추궁한 끝에 28일 밤 고씨의 자백을 받아냈고, 이날 새벽 준희양의 시신을 찾았다.

고씨는 경찰에 “4월 26일 전주 인후동에 있는 내연녀 어머니 집에서 준희를 재웠는데 야간근무 뒤 다음 날 새벽 1시쯤 가보니 딸의 입에서 토사물이 나와 있고 기도가 막힌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준희양 사망시각을 4월 26일 오후 11시쯤으로 추정했다.

고씨는 준희양의 생모와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딸의 사망사실이 재판과 양육비 문제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4월 27일 새벽 차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선산이 있는 군산으로 가 묻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준희양의 타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씨는 시신 발굴 현장에서 “딸을 살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준희양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날 고씨와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준희양을 고의로 살해했거나 학대 중 숨지게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준희양을 몰래 매장한 이유와 숨진 지 8개월 뒤 실종신고를 하게 된 연유 등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또 내연녀 이모(35)씨의 공범 여부도 캐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 등 3명은 준희양을 매장한 뒤에도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적극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준희양 생일이었던 7월 22일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에게 나눠줬다. 또 양육비 명목으로 60만∼70만원을 매달 은행 계좌를 통해 주고받았고, 집안에는 아이 장난감과 어린이 옷 등을 진열해 놓았다. 김씨는 이웃에게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 수사는 지난 8일 고씨와 내연녀가 “지난달 18일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딸아이가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공개수사와 인근 수색에서도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자 가족에게 수사력을 모았다. 경찰은 이들이 최근 아이 생필품을 구매한 내용이 없고 준희양 칫솔에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점, 지난 8월 이사를 할 때도 준희양이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겼다.

가족들은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재조사와 최면 검사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고씨가 결국 자백을 하면서 경찰 수사 21일 만에 자작극이었음이 들통 났다.

김영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준희양의 피살 여부에 대해 “현재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학대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