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요정, 평창서 ‘여제’ 꿈꾼다

입력 2017-12-30 05:05
미국의 미카엘라 시프린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쿠셰벨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여자 평행 회전 경기 결승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AP뉴시스
29일 오스트리아 리엔츠에서 열린 월드컵 알파인 여자 회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AP뉴시스
2017-18 시즌 FIS 월드컵 5승

이번 시즌 회전 2승·대회전 1승
활강 1승 등 다양한 종목서 우승
평창선 대회전 등 5개 종목 열려
최강 라이벌 본 넘어 전관왕 도전


미국의 스키 선수 미카엘라 시프린(22)은 ‘스키 요정’으로 불린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인기가 높다. 토크쇼 등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하지만 시프린은 외모로 평가받길 거부한다. 시프린은 엄청난 훈련과 악바리 근성으로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시프린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키 여제’에 등극할 꿈에 부풀어 있다.

시프린은 29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리엔츠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대회 알파인 여자 회전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87을 기록,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월드컵 5번째 우승이자, 개인 통산 36번째 우승을 거뒀다.

‘스키 여제’ 린지 본(33·미국)과 함께 시프린은 세계 여자 알파인 스키의 양대 강자다. 본을 위협하고 있는 시프린은 각종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스키 천재’로 주목 받았다. 16세 때인 2011년 최연소 미국 스키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듬해 12월 스키 월드컵 회전 종목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본격적인 ‘신성’의 등장을 알렸다. 2013년엔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최연소로 거머쥐었다. 이후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알파인 스키 회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최연소 기록이었다.

시프린의 헬멧엔 ‘ABFTTB(Always Be Faster Than The Boys·항상 남자 아이들보다 더 빨라야 한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어린 시절 정한 삶의 모토로 시프린은 여자 1등을 넘어 더 빠르고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다. 멘탈 또한 남다르다. 코치가 “시프린의 성공은 타고난 재능뿐 아니라 강한 멘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다.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과 강한 멘탈을 바탕으로 그는 어린 나이에 한 번은 찾아올 법한 슬럼프 없이 항상 최상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시프린은 전 종목에서 기량을 끌어 올리며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간 강세를 보인 회전과 대회전은 물론 활강에서도 월드컵 정상에 오르면서 세계 최강을 넘보고 있다. 알파인 스키의 5개 종목 중 회전과 대회전은 기술에서 메달 색깔이 달라지고, 활강과 슈퍼대회전은 슬로프를 빠르게 타고 내려오는 스피드에서 승부가 갈린다. 복합은 회전과 활강의 기록을 합해 순위가 정해진다. 라이벌인 본은 스피드 경기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시프린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더는 회전 종목 선수가 아니다. 전 종목 스키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월드컵 5승도 회전 2승, 대회전 1승, 활강 1승 등 다양한 종목에서 거뒀다. 평창올림픽에서는 5개 종목인 활강, 슈퍼대회전, 회전, 대회전, 복합을 모두 석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혜성 같이 등장한 시프린은 실력은 물론 빼어난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프린은 경기 직전 긴장감 해소를 위해 낱말 찾기 퍼즐에 열중한다고 알려져 있다. 퍼즐에 집중하면서 긴장감을 해소, 경기에서 완벽한 기량을 끌어내는 것이다. 또 피아노와 기타에서 수준급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다. 비시즌 훈련 기간 동료 선수와 함께 찍은 춤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실력과 외모에 다재다능함까지 갖춘 시프린은 평창올림픽에서 ‘여제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