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건설업체 현대산업개발 부동산114 인수 추진 파장

입력 2017-12-30 05:05

시공 8위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를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인수키로 했다. 부동산114가 축적한 부동산 빅데이터 및 개발 정보를 활용해 종합 부동산 회사로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로서 부동산114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크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미래에셋캐피탈 및 미래에셋컨설팅과 부동산114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구체적인 조건 등은 아직 협의 중이다. 인수 여부는 다음 달 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7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부동산114는 1996년 설립된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다. 아파트 시세, 매물, 분양 정보 등을 제공한다. 2008년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이 인수해 각각 지분 71.91%와 23.84% 등 총 95.7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4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을 제외하면 KB국민은행과 더불어 민간 부동산 조사업계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동산114를 십분 활용해 기존 주력 분야인 건설업을 강화하고 관련 그룹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년 넘게 이어온 부동산114의 명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부동산114는 현재 호가 기반으로 공인중개사가 불러주는 결과를 수집해 아파트 시세 통계를 작성한다. 실거래 사례와 유사 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 동향 등을 전문 조사자가 조사한 ‘거래 가능 가격’을 기준으로 통계를 잡는 한국감정원과는 다른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8·2 부동산 대책이후 감정원 통계는 4주 연속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했지만 부동산114 자료는 상승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벌써부터 건설업계에선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단지 위주로 통계가 조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인수되면 부동산114는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