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설악산에서 뜬 해, DMZ 지나 금강산으로 져
다사다난 정유년 뒤로하고 ‘평화·화합의 새해’ 기원
동녘 설악산에서 뜬 해가 비무장지대를 건너 북녘 금강산으로 넘어갑니다. 칼바람 부는 동부전선 12사단 단결대대 최전방초소(GOP)를 지키는 초병들이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7년은 드라마였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적지 않은 사건 사고, 갈등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중생 살해사건,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등 잇따른 사건 사고는 한국 사회의 그늘을 드러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자력발전소 공사 재개를 두고 시민들끼리도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의 뜻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온 국민이 지진에 놀란 포항 주민들을 위로했습니다. 더 안전한 사회, 더 공정한 언론이 돼라고 질타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기 위해 나섰고, 갈등을 풀기 위해 과감하게 타협했습니다.
북한에선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네 차례나 거듭 강화됐습니다. 주민과 병사가 남쪽으로 넘어오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지구촌에서 유독 한반도에서만 냉전의 찬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한 하늘 아래 같은 해와 달이 뜨는 같은 땅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 남과 북의 운명이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오늘도 잠 못 드는 젊은 장병들은 새롭게 떠오를 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휴전선 GOP에서 태양의 궤적을 일출에서 일몰까지 50분 간격으로 촬영해 합성했습니다.
인제=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일도 탈도 많았던 2017… 새해를 위해 묵은 해가 간다
입력 2017-12-29 18:15 수정 2017-12-29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