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에 의한 학대로 아동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양은 친아버지와 그의 내연녀 어머니에 의해 암매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친부 고모씨로부터 숨진 준희양을 군산 야산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수색 7시간여 만에 깊은 구덩이 속에서 싸늘한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고씨가 딸이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져 유기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학대 치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친부가 딸을 유기한 시점이 무려 8개월 전이라는 사실이다. 또 유기를 숨기려고 치밀하게 알리바이까지 꾸몄고 ‘딸이 사라졌다’고 거짓 신고까지 했다. 수개월 동안 철저히 이중생활을 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5살 미취학 영유아다. 사회안전망에 또 한 번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현재 초등학생 이상은 학교와 시도교육청, 주민센터 등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취학 학생은 결석 또는 미취학 시 외부 감시체계 등을 통해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취학 영유아들은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부모가 실종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그 존재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영유아 건강검진, 국가예방접종 등으로 소재를 파악할 수 있지만 부모가 검진이나 접종 등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지만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에서 지난해에 36명으로 급증했다. 이번 사건처럼 아동 학대의 대부분은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안전망 미비 등으로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미취학 영유아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조기발견 체계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대 예방 및 교육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설] 주검으로 돌아온 고준희양… 어른들이 부끄럽다
입력 2017-12-29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