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적폐를 넘어] 제빵기사 고용 대안 ‘해피파트너즈’… 또 다른 파견업체

입력 2017-12-29 05:00

자본금 9000만원 회사 한 곳서
5000여명 관리 가능할지 의문
대표는 협력사 前 대표가 맡아

파리바게뜨측“부당한 주장”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은 지난 7월 제조장(과장급)과 품질관리사들에게 제빵기사들과의 카카오톡 단체방을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달 전 제빵기사 불법파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고용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나오자 긴급히 카톡방부터 지우도록 한 것이었다. 본사 제조장과 품질관리사들은 카카오톡과 전화를 통해 수시로 협력사 소속인 제빵기사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근무를 관리해왔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전국 단위에서 단체 카톡방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이는 파견법을 어기고 그동안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 시도”라고 비판했다. 파리크라상은 “협력업체에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일은 불법파견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적을 이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는 파리크라상에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 파견된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지난 9월 지시했다.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530억여원의 과태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파리크라상은 이에 불응해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를 각하했다.

파리크라상은 본사 직고용보다는 해피파트너즈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을 한 곳에서 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빵기사들이 해피파트너즈에 들어갈 경우 임금을 13.1% 올리고 본사와 동일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해피파트너즈는 가맹점주·본사·협력업체가 각각 3000만원씩 출자해 총 9000만원으로 만든 회사다. 대표는 현재 파리바게뜨 매장에 제빵기사를 파견하는 11개 협력업체 가운데 하나인 국제산업 전 대표이사 정모(57)씨다. 해피파트너즈의 업종도 인력공급업·용역업으로 등록돼 있다. 제빵업종에 특화된 전문업체가 아니라 또 다른 용역업체인 셈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은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업체로 판단한 협력사 대표가 또다시 비슷한 사업목적의 용역업체의 대표를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하는 5000여명의 제빵기사를 자본금 9000만원의 회사 한 곳에서 관리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파리크라상은 “아직 초기 사업 준비단계인 상황에서 실체가 모호하다는 주장은 부당하다”며 “본사 인원을 해피파트너즈로 이동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파리크라상이 본사직원들을 동원해 제빵기사들에게 ‘직고용 포기확인서’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빵기사들은 “직고용이 돼도 네가 회사 몇 년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으냐, 본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파리크라상은 “일부의 주장일 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