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화] 날마다 천국, 내 안에 예수가 있었다

입력 2017-12-30 00:00
어느새 한해의 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앙에만 열성을 내고 삶의 변화는 없었는지, 형식적인 회개를 되풀이하며 ‘축소된 복음’을 믿어왔던 건 아니지 뒤돌아볼 때다. 눈이 내려 하얗게 덮인 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을 여행자들이 걷고 있다.
최근 경북 의성군 자택에서 만난 권순효 장로와 김정화 권사 부부. ‘뜯어 주는 전도편지 100’을 들어 보이며 “내가 죽고 예수가 사는 복음의 진리를 많은 분이 체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경북 의성 안계면 용계리 겨자씨선교회 건물 전경.
우리 안에 ‘예수의 DNA’가 있는가. 성경은 내가 죽고 예수가 사는 복음의 진리를 깨달을 때 우리 안에 예수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화’(聖化·Sanctification)와 관련이 깊다. 성화란 인간의 본성을 변화시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나름 복음’과 ‘생명 복음’

경북 의성 안계중앙교회 김정화 권사는 어린시절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도지를 나눠주던 때부터 남편과 함께 선교회를 조직해 활동하는 지금까지 평생 전도를 해왔다. 전도하는 자신을 대견해하며 거룩한 고지에 선 줄로 오해했다. 열심히 전도하면 할수록 전도하지 않는 사람들을 판단하며 우월감을 느꼈다. 마음으로 예수를 믿고 입으로 시인했으니 천국행은 이미 ‘떼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제가 가졌던 복음은 세상이 말하는 인본주의와 세속주의를 적당히 섞은 ‘나름 복음’이었습니다. 성실과 최선으로 구역을 돌보고 봉사와 전도를 하며 사람들의 칭찬 앞에서 겸손을 떨었지만, 실은 ‘믿으려면 나같이 믿어야 한다’는 교만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김 권사는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2000년까지 교직생활을 했다. 퇴직 후 교회 활동에 온 힘을 쏟았다. 전도대 활동, 구역예배, 교회학교 교사, 새벽기도까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여전히 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2014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방에 틀어박혀 통증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릴 때였다. 우연히 인터넷방송으로 듣게 된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와 순회선교단 김용의 선교사의 설교를 듣던 중 말씀이 날카로운 검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이게 뭐지.’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가 너희 안에 계신 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버림받은 자라.(고후 13:5)”

큰 충격에 빠졌다. ‘내 안에 예수가 있는가?’ ‘복음이 관념이 아닌 실제가 되었는가?’ 하는 질문 앞에 섰을 때 스스로 얻은 결론은 ‘버림받은 자’였다. 버림받았다는 결론은 청천벽력과 같은 깨달음이었다.

“한국교회 안에 저처럼 은혜로 예수를 믿었으나 율법주의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동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해 온 것을 눈물로 통회자복했어요. 내가 십자가에서 주님과 함께 죽었다는 것이 믿어졌고 일상의 변화가 일어났어요.”

예수가 내 안에 계신 것을 인식하고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예수를 알기 전의 자신을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딤전 1:15) 했던 사도 바울의 고백이 그의 고백이었다. 일상이 감격이었다. 기쁨이 넘쳤다. 이 기쁨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 성경공부팀을 만들었다. 유기성 목사의 설교로 2주짜리 커리큘럼을 짜고 교재를 만들었다. 매주 2∼3회의 성경공부 모임이 시작됐다. ‘내 인생의 주인이 돼 살아왔다’는 정직한 고백을 하며 눈물로 감사와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팀원들은 부부 사이가 좋아지고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고백을 쏟아냈다. 알코올 중독이 끊어지고, 원수 같던 사람이 용서되고 직장생활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복음을 전하는 일, 한 사람이 예수가 주인 되는 삶을 살게 되는 이 일에 내 생명을 걸어도 좋다. 아깝지 않다.’ 이런 고백이 하루에 몇 번씩 나왔다.

‘예수의 DNA’가 있는가

김 권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계시다’고 믿은 후의 신앙생활이 예전과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저는 예수가 내 안에 꽉 차서 전할 수밖에 없는 전도자입니다.” 그는 율법이 아닌 성령으로, 자아 만족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으로, 의무를 넘어선 기쁨으로 전도한다. 내 안에 가득한 기쁨을 억제할 수 없어 늘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되고 내 안의 예수를 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길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신 인사를 한다. 어떤 사람은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라고 묻기도 한다. 김 권사는 혹시 잃어버린 양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어르신’ ‘선생님’으로 부른다. 노전에서 나물을 파는 분들에게도 ‘형님’ ‘어머님’ 하며 전도한다. 넉살이 좋아서가 아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러나 전도할 때는 영 딴판이 된다.

그는 전도할 때 “먹고살기도 바쁜 사람한테 ‘죄인 죄인’ 하니 기분 나빠요” “착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당신도 천국에 가보지 않았잖아요” “하나님이 계시면 보여줘요, 믿을 수 있는 증거를 대란 말이에요” 등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들이 못 믿는 이유에 대해 대답해 주고 싶었다.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비신자들이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전도편지를 썼다. 지난해 전도에 대한 100문 100답을 담은 ‘내가 급하다’(규장)로 출간했다. 또 전도에 활용할 수 있는 ‘뜯어 주는 전도편지 100’(복음과기도미디어)을 제작했다. 뜯어주는 전도편지는 접으면 편지가 된다. 우편으로 부칠 수도 있다.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전한다.

남편 권순효(56·삼성연합의원 원장) 장로 역시 “그동안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계신 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으나 내가 십자가에서 주님과 함께 죽었고 예수와 다시 살았다는 것을 믿자 삶이 변했다”고 했다.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부부 갈등이 있고 병원 운영에 갈등이 있었어요. 예수 따로 내 삶 따로였지요. 직원들 앞에서 용서를 빌었어요. 그동안 일은 많이 시키고 잔소리를 많이 한 것에 대해서요. 아내에게도 내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용서를 구했어요.” 권 장로는 의료계의 뿌리 깊은 관행도 과감하게 끊었다. “의료계엔 오랫동안 통용돼 오던 뒷거래 관행이 있어요. 하지만 복음의 빛이 내 삶에 비취면서 더 이상 그 같은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없었어요.” 병원 3층을 선교사들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꾸몄고 선교사들에게 응급처지, 심폐소생술을 교육한다.

성경공부에 참여한 병원 의료진의 표정도 환하게 바뀌었다. 권 장로는 “환자의 상태가 좋아진 검사 결과지를 보고 제 일인 듯 기뻐하며 환자에게 달려가 전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고 환자들이 “그분이 맞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진정한 복음을 만나니 가정이 회복되는 것이 당연했다. 병원 직원회의에서 권 장로가 “요즘 전 신혼을 삽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한 간호사가 김 권사에게 사실인지 물었다. 김 권사는 웃으며 “신혼인지 모르겠지만 천국을 사는 것은 맞아요”라고 답했다.

성화란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으로 변화되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다.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계속되는 사역이다. 어떻게 성화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은 없다. 오직 믿음이다. 십자가에서 예수님과 함께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새 생명 되심을 믿는 것이다.

성화(聖化)에 하나 더

씨 뿌리는 부부


권순효 장로 김정화 권사 부부는 병원에서 얻는 수입을 전도하는 일에 아끼지 않으며 전도자 양성과 복음전파에 힘써 ‘전도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린다.

권 장로 부부는 2010년 7월 겨자씨선교회를 조직해 전도자를 훈련하고, 전도지 제작과 배포를 통해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겨자씨선교회 준비가 덜 돼 발족을 주저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가 급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시골의 작은 교회들에 대한 하나님의 안타까움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병원을 세우게 하시고 신앙을 단련시키신 것이 다 이 일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권 장로의 설명이다.

경북 의성 안계면 용계리 병원 부지에 겨자씨선교회 건물을 세웠다. 이곳에 매주 화요일 120∼130명이 모인다. 구미 상주 칠곡 등 인근 지역에서 참여한 목회자와 성도들이다. 전도 열정을 가슴에 품은 이들은 예배를 드린 후 겨자씨선교회가 준비한 전도지와 전도용품을 받아 각 지역으로 흩어져 전도한다. 전도용품은 설탕, 김, 식용유, 커피, 주방세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이다.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복음화율이 많이 떨어진다. 미자립교회가 많아 전도를 위한 재정 확보도 어렵다. 겨자씨선교회는 이를 후원하는 단체다.

지난 7∼9월 6개 교단 72개 교회가 참여했다. 이 기간에 27명이 결신해 12개 지역교회에 등록했다. 겨자씨선교회 회보 38호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회비 수입은 16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도용품을 산 비용은 1800만원을 훨씬 넘는다. 선교회 회장인 권 장로가 담당한다.

권 장로는 의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고향에 내려가 지역사회를 섬기고 싶었다. 2002년 고향인 의성에 삼성연합의원을 개원했다. 2003년부터 의성군 중·고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경북지역 첫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부부는 주위에서 선행을 칭찬할수록 부담스러워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예수 믿으면 성공한다는 시선이 조심스러워요. 예수님을 잘 믿어도 실패하거나 고난 겪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과거의 내가 다시 살아날까 봐 조심스러워요.”

권 장로는 5대째 믿음의 가정이다. 증조부의 집에서 시작된 의성군 다인면 삼분교회에 아흔이 넘은 모친이 현재 출석하고 있다. 조부는 미션스쿨 삼성중학교를 설립했다.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의성·대관령=글·사진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