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화장품사옥 철거현장서
크레인 시내버스 위로 ‘쿵’
승객 1명 사망·15명 부상
소형굴착기 들어 올리다
무게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경찰, 현장관리인 등 조사
서울 등촌동 강서구청사거리 근처 공사장의 이동식 크레인(70t)이 정류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사고 버스에는 기사를 포함해 총 17명이 타고 있었다.
강서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42분쯤 화진화장품 사옥 철거현장에서 이동식 크레인(기중기)이 왕복 8차로 도로 위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650번 시내버스로 쓰러졌다. 사고 버스는 차체 중앙의 천장 부분이 크게 찌그러졌다.
이날 사고로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버스 안에 서 있던 서모(53·여)씨와 이모(61)씨가 크게 다쳐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다.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서씨는 병원으로 이송 중 응급차에서 숨졌다. 나머지 승객 14명은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기사는 부상을 입지 않았다.
정류장에도 시민들이 있었으나 피해는 입지 않았다. 버스의 천장이 쓰러진 기중기를 지탱해줘 정류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근처 수입차대리점 직원인 50대 경모씨는 “갑자기 주변이 다 울릴 정도로 크게 ‘꽝’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왔는데 버스 위로 기중기가 쓰러져 있었다”며 “5분 정도 뒤에 응급차와 소방차가 도착해 부상자들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사고는 공사장 내부에서 기중기로 공사장 외부에 있는 소형 굴착기(5t)를 철거건물 5층 옥상 근처로 들어 올리던 중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기중기가 굴착기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사고현장 건너편 주유소 직원 정모씨는 “굴착기를 매단 기중기가 철거현장을 둘러싸고 있던 천막으로 기울면서 소리가 나기에 저거 쓰러지겠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철거현장 관계자들이 공사장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공사장 폐기물이 쌓여 있어 지반이 불안정하면 이를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바로 기중기를 올리는 바람에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규경 강서소방서 지휘3팀장은 “철거현장이 건축폐기물이 쌓인 곳이어서 지반이 약하다”며 “2차 전도가 우려돼 안전 조치를 한 뒤 버스와 기중기를 옮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관리인, 크레인기사, 사고 버스기사 등을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연식이 오래된 노후 기중기를 공사에 투입했거나 안전관리 소홀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또 쓰러진 크레인… 이번엔 버스 덮쳤다
입력 2017-12-28 20:01 수정 2017-12-28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