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버블(거품)이 확 빠질 것”이라며 “내기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수장이 가상화폐의 가격 급락을 예견해 주목된다. 정부는 28일 거래소 폐쇄 논의까지 포함한 가상화폐 특별 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5% 급락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비정상적 투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모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아직 논의 단계지만 향후 비중 있게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처방을 써도 투기 과열이 잡히지 않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한 이유는 지난 13일 발표한 긴급 대책에도 투기 과열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정부는 앞서 미성년자·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투자 수익에 과세를 검토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국내 거래소에서 1800만원 수준에 거래됐는데 이번 주 다시 2000만원대로 올라섰다. 거래소 유빗이 지난 19일 해킹 피해로 파산하기도 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를 ‘묻지마 투기’로 본다. 최 원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때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형태가 있었는데 비트코인은 그마저도 없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은 28일 “누구도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정부 특별 대책에는 불건전 가상화폐 거래소를 사실상 퇴출하는 내용도 담겼다. 보안이 취약한 거래소엔 은행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 자체를 막는 것이다. 은행의 신규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도 중단한다. 새 실명확인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투자자 진입이 불가능해진다. 정부 대책 발표에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국내 거래소에서 오전 11시 2163만원에서 40분 만에 1860만원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최근 급락 후 회복 추세를 반복해 과열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30일 항의 집회를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비트코인 거품 빠질 것”…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기 해도 좋다”
입력 2017-12-28 20:06 수정 2017-12-28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