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생리대 무해”… 소비자는 “부작용 어찌 설명하나”

입력 2017-12-29 05:05

휘발성유기화합물 74종 위해평가 결과 발표

식약처 “24종은 검출 안돼
나머지 50종도 유해수준 아냐”

소비자들, 조사결과에 의구심
전문가 “위해 가능성 낮다고
안전하다 평가하는 건 문제”
지속적 모니터링 등 촉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판매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생리대 부작용을 겪었던 소비자들은 조사결과를 믿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와 별개로 생리대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팬티라이너에 존재하는 클로로벤젠, 아세톤 등 VOCs 74종에 대해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 결과 브로모벤젠 등 24종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며, 검출된 50종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검출된 VOCs 50종의 종류와 양은 제품별로 달랐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지난 9월에도 식약처는 에틸벤젠 등 유해성이 높은 VOCs 10종에 대해 1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 발표에도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신모(24·여)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문제가 된 생리대를 쓰고 생리기간이 줄었다는 이들이 많았다”며 “기간이 짧아지는 건 분명 문제인데, 이를 밝혀낼 기술이 아직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직장인 A씨(25·여)도 “생리대 논란 후 유기농 순면생리대로 바꿨다”며 “3일로 줄어들었던 생리일수가 원래대로 돌아왔고 주기도 일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축적된 생리대 부작용 사례에 대한 설명도 남은 과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지난달까지 보고된 생리대 이상사례는 총 269건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상사례 보고는 실제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해 들어오는 게 아니다”라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원인을 불문하고 일단 신고를 받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환경부·질병관리본부 등과 추진 중인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부작용과의 관련성을 규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안전한 생리대’를 입증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인체에 위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생리대 논란 후 릴리안 생리대 관련 부작용 사례가 쏟아진 데 대해선 “시민들이 몰랐던 정보를 인지하는 순간 위험 인식의 정도가 합리적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개별물질에 대한 평가를 놓고 마치 생리대의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해석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업계와 협력해 안전한 생리대와 여성용품을 생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이택현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