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솔로 컵 세척… 中 5성급 호텔서 벌어진 일

입력 2017-12-29 05:05
중국 하얼빈의 특급호텔에서 화장실 청소에 쓰는 솔로 컵을 닦는 장면. 오른쪽은 같은 지역 다른 특급호텔에서 침대에 깔 새 리넨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정리하는 모습. 페어 비디오 캡처

위생 불량에 들끓는 대륙

하얼빈서 찍은 객실 청소 몰카
변기 브러시 쓰는 모습 담겨
베이징 호텔선 침구 안 바꾸고
훠궈 식당 주방엔 쥐 들끓어


중국 동북지역 특급호텔들에서 객실 청소 직원들이 변기를 닦는 브러시로 세면대와 컵을 닦는 장면이 포착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체인인 ‘하이디라오’ 베이징 식당의 불결한 위생상태가 폭로된 데 이어 호텔 위생상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는 시내 특급호텔 3곳에서 직원들이 변기 닦는 브러시로 세면대를 청소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진짜인 것으로 확인하고 호텔 측에 벌금 부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동영상 사이트인 ‘페어 비디오(Pear Video)’의 기자는 이 지역 호텔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몰래카메라로 비위생적인 행태를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5성급 호텔 대폭로’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샹그릴라와 캠핀스키 호텔 직원은 변기를 닦은 브러시로 객실 컵을 닦았다. 또 변기 속 물로 헹군 타월로 바닥을 청소했다. 쉐라톤호텔에선 변기 브러시로 변기와 욕조를 함께 청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호텔 3곳의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부담을 호소했다. 해당 호텔의 방값은 하루 700∼2700위안(11만∼45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핀스키 호텔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비디오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위생기준 위반”이라며 “직원 감독과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베이징의 소비자 단체가 베이징 소재 5성급 호텔 5곳의 미흡한 위생상태를 폭로했다. 이 단체는 5개 호텔 객실에 들어가 침구와 변기, 욕실 등에 형광물질로 표시해놓고 이튿날 다시 가서 청소나 교체 여부를 재확인했다. 객실은 대체로 깨끗하게 정리됐지만 침구류는 대부분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욕조나 변기도 제대로 청소되지 않았고, 유리컵을 씻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 호텔들의 하루 방값은 최소 2000위안(32만원) 이상이었다. 이 동영상에는 6만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공유 횟수는 8만8000건이 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여름에는 하이디라오의 열악한 주방 위생상태가 폭로돼 중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 법제만보가 잠입 취재로 찍은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면 주방에 쥐들이 들끓고 식기세척기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었다. 젓가락과 국자 등 식기를 더러운 행주와 함께 세척하는 장면도 있었다. 주방 종업원들은 훠궈를 건져먹는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뚫기도 했다. 쓰촨성에 본사를 둔 하이디라오는 독특한 맛의 육수와 남다른 서비스로 급성장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 일본 도쿄, 한국 서울에도 진출했다. 위생상태 폭로 이후 문을 닫았던 베이징 하이디라오는 지난 9월 말 영업을 재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