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우체통에 그림 입히니 관광객이 모이더라”

입력 2017-12-28 19:40

“주민들이 모여 동네 활성화를 고민했는데 군산우체국이 떠올랐어요. 못 쓰는 우체통에 신진 작가들이 색과 그림을 입혀 거리 곳곳에 세우니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상가는 활성화됐어요.”

28일 군산우체국 주변 월명동의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를 설명하는 강숙(47·여)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강씨는 이 거리에서 돈가스 집을 운영하고 있다. 우체통 거리는 주민 43명이 결성한 도란도란공동체가 군산시에 제안한 주민공모사업이다. 군산시는 내항(항만 안쪽 깊숙이 있는 항구) 기능이 이전해 원주민의 74%가 떠났고 황폐해졌다. 이곳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4년 5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동태문 군산시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구도심에만 빈점포가 170여개”라며 “3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고 군산을 찾는 관광객도 4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군산시는 근대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한 도시재생 선도사업이 현실화되면서 관광객과 신규 창업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4년 71만1000명이던 군산시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 214만300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시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시간여행마을’이다. 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군산검역소는 경로당, 목욕탕과 여관이 있던 건물은 미술관이 됐다. 유료 관광객은 4배 이상 늘었고 빈 점포는 주인을 찾았다. 이를 자산으로 군산시는 문재인정부의 첫 뉴딜시범사업에 중앙동 일대와 장전·해이지구 2건이나 선정됐다.

군산시는 캐나다 밴쿠버의 수변공간 개발 사례처럼 해안가 째보선창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폐선철로를 활용한 보행로, 한화 화학공장 부지의 글램핑존 운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대감은 높다. 김관영(전북 군산) 국민의당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하고 한국GM 군산공장 가동률이 25%로 급락하면서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았다”면서 “도시재생 사업이 군산에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