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이 내년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을 요구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현안에 대한 노동계의 결단도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8일 발표한 2018년 신년사에서 “세계 100대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절반 이상이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란 조사 결과가 있다”며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체제로 규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국회와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문재인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결부해 규제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회장은 “규제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며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라는 수준의 규제혁파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별로 혁신적이 아니더라도 다 가능케 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대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추진된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27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가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제단체장들은 재계에서 조속한 추진을 당부했던 근로시간 단축 입법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병원 회장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소득이 15.2%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거론하며 기업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노동계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용만 회장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들이 이해관계의 허들(장애)에 막혀 있어 안타깝다”며 “과감한 양보와 타협으로 신산업의 길을 터주는 여러 법안들이 정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위한 회원사의 변화를 당부하고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전기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의 수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 투자 중심 금융시장 조성, 현장중심형 규제개혁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규제혁파 없이 일자리 창출 없어… 中 수준으로 풀어야”
입력 2017-12-28 19:41 수정 2017-12-28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