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리그 무패 팀엔 ‘브라질리언’이 있다

입력 2017-12-29 05:00
‘브라질 트리오’ 페르난지뉴와 에데르손(이상 맨체스터 시티), 파울리뉴(바르셀로나·왼쪽부터)가 연일 제 몫을 다해주며 무패 행진의 숨은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AP뉴시스

맨시티 페르난지뉴·에데르손
궂은일 하면서 후방과 골문 지켜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파울리뉴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 살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무패 행진을 각각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FC 바르셀로나. 두 팀의 독주에는 케빈 더 브라위너, 리오넬 메시 같은 슈퍼스타들의 활약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팀의 허리와 후방에서 묵묵히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브라질 트리오’ 페르난지뉴·에데르손(이상 맨시티), 파울리뉴(바르셀로나)가 없었다면 절대강자의 위치에 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맨시티는 28일(한국시간) EPL 20라운드 경기에서 뉴캐슬을 1대 0으로 제압, 18연승에 성공했다.

맨시티는 이날 라힘 스털링의 결승골로 승리했지만 또다른 수훈 선수가 있었다. 전반 11분만에 센터백 빈센트 콤파니가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 교체됐다. 센터백 자리에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급히 투입됐다. 갑작스런 수비위치 변경은 큰 위험 요소지만 페르난지뉴는 후방을 단단히 받쳐줬다. 덕분에 맨시티는 공격에 날카로움을 더해 뉴캐슬의 골문을 뒤흔들 수 있었다.

더 브라위너가 게임메이커로서 중원을 휘젓는다면, 페르난지뉴는 기본기와 안정적 수비력을 바탕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팀이 급할 때는 측면 수비수까지 맡아주면서 멀티플레이어로 제몫을 다한다. 올 시즌 맨시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후방에서의 빌드업(공격전개과정)에서 페르난지뉴의 역할을 빼면 설명이 안된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르난지뉴가 3명만 있다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절대 신임하고 있다.

올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골키퍼 에데르손은 상대 슈팅을 잘 막는 것은 물론, 정확한 롱패스까지 보여주며 골키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난 17일 맨시티가 토트넘 홋스퍼에 4대 1 대승을 거뒀을 때 에데르손의 진가가 드러났다. 에데르손이 후반 13분쯤 60m에 가까운 롱패스를 스털링에게 정확하게 했고, 르로이 사네의 위협적 슈팅으로 연결됐다. 28일 경기에서도 후반 20분쯤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에게 정확한 논스톱 패스를 해 화제가 됐다. 에데르손은 과르디올라식 ‘토탈 사커’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파울리뉴는 올 시즌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보여준 케이스다. 지난 8월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에서 바르셀로나로 옮긴 파울리뉴는 초기에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네이마르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옮긴 뒤 파울리뉴가 이적료 4000만 유로(약 511억원)에 이적하자 “중국리그에서 뛴 선수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이 다수였다. 입단식에서 그의 등번호 ‘15’가 새겨진 유니폼은 한 장도 팔리지 않는 수모를 입었다.

그러던 파울리뉴는 불과 4개월새 팀의 보배로 우뚝 섰다. 네이마르의 이탈에 따른 공격력 약화로 올 시즌부터 흑역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바르셀로나는 파울리뉴의 가세로 공수밸런스를 잡으며 되레 약점이 없는 팀으로 변모했다. 현재 14승 3무(승점 45)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멀찍이 따돌리며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파울리뉴는 특히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과 전방 침투 능력까지 과시하며 아기자기한 패스 위주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전술은 페르난지뉴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또 에데르손은 볼 다루는 능력과 선방 능력 등 모든 것을 갖춰 감독이 찾던 유형의 선수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울리뉴는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구사하는 4-4-2 전술의 ‘실리 축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트리오의 활약은 내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에게도 희소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