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中企에 전속 거래 강요 ‘갑질’ 못한다

입력 2017-12-29 05: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공정위,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발표

경영정보 요구는 ‘위법’
전속고발권 폐지하기로
기술유용 손해배상 범위
3배에서 10배로 확대

대기업, 납품 단가 조정
우수하면 직권조사 면제

‘①하도급 계약을 전속으로 체결한다. ②하도급업체에 경영정보와 기술제공을 요구한다. ③이를 무기삼아 하도급대금 인하를 압박한다. ④하도급업체가 도산한다. ⑤다른 업체를 찾아 똑같이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저지르는 전형적 ‘갑(甲)질’ 행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가맹업, 8월 유통업에 이어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세 번째로 내놓은 갑질 근절 방안이다.

공정위는 우선 하도급 계약과정에서 하도급업체가 동등한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깎기 위해 원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하도급법에 위법행위로 명시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위법행위로 규정된다.

또 공정위는 공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원도급 금액이 증액되면, 원사업자는 그 비율만큼 하도급금액을 반드시 더 주도록 했다. 2, 3차로 이어지는 하도급 계약구조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도급업체에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하도급대금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하도급업체에 부여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하도급 계약을 빌미로 기술을 빼가는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공정위 제재 이전이라도 하도급업체가 직접 검찰 등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는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된다. 기술자료 유용, 보복행위 등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뛴다.

공정위는 하위 거래단계 대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지급관리시스템 사용 확산을 유도키로 했다. 하도급업체가 이 시스템을 통해 대금을 청구하면 발주자 등이 직접 지불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기업 등 원사업자를 위한 ‘당근’도 마련했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납품 단가 조정실적을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요소에 추가하기로 했다. 평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직권조사가 면제된다.

김 위원장은 “국내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88%는 중소기업 근로자”라며 “한국경제의 중간 허리인 중소기업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도급거래 공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