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혁신위 ‘정책 의견서’ 공개
자금, 핵·미사일 개발 쓰였다는
폐쇄 명분 구체적 근거 없어
NSC 상임위 이틀 전 이미 결정
주무부처 통일부 의견은 묵살
지난해 2월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는 폐쇄 명분으로 개성공단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유용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조사됐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위원장 김종수 가톨릭대 교수)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정책혁신 의견서’를 공개했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폐쇄와 5·24 조치, 금강산 관광 중단 등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대북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정책 개선 방안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8일 “개성공단을 철수시켜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북한이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개성공단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의견은 묵살됐다. 박 전 대통령 지시는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에게 통보됐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그해 2월 10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혁신위 발표를 보면 개성공단 폐쇄 방침은 NSC 상임위 이틀 전에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5·24 조치에도 중단 없이 운영되던 개성공단이 갑작스럽게 명확한 근거도 없이 전면 중단됐다”며 “국민적 갈등이 심화되고 대북 사업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도 입게 됐다”고 했다. 또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초법적 통치행위였다”면서 “안보위기 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하는 건 가능하다고 해도 폐쇄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법 절차를 준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방침을 밝힌 ‘정부성명’에서 “개성공단 임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혁신위는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 전용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정보 문건을 확인한 결과 문건은 탈북민 진술과 정황만 기술했을 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진술도 일반적 추측에 불과했다고 혁신위는 소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朴 전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
입력 2017-12-28 20:08 수정 2017-12-28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