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요] KBL엔 없는 NBA ‘짝짝이 농구화’… 메시지가 담겼네

입력 2017-12-29 05:00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가 지난 18일(한국시간)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에 신고 나온 농구화. 왼발은 흰색, 오른발은 검정색인 농구화 뒤에 ‘평등(Equality)’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AP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이 공개한 자신의 '크리스마스 농구화'. 탐슨은 실제 이 짝짝이 농구화를 신고 지난 26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경기에 나섰다. 클레이 탐슨 트위터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의 카이리 어빙(왼쪽)이 지난 16일(한국시간) 유타 재즈와의 경기에서 리키 루비오의 수비를 피해 공을 패스하고 있다. 어빙은 이날 왼발엔 보라색, 오른발엔 노랑·분홍색의 농구화를 신었다. AP뉴시스
인종차별 비판·암센터 후원 등
특별한 메시지 전달할 때 신어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농구(NBA) ‘크리스마스 매치’에 나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과 닉 영은 멋진 플레이로만 눈길을 끌었던 게 아니다.

톰슨은 왼발에 형광 연두색, 오른발에 형광 분홍색 농구화를 신은 채 코트를 누볐다. 닉 영 역시 파란색과 노란색 조합의 ‘짝짝이 신발’이었다.

NBA 선수들은 크리스마스 매치에 특별한 농구화를 신고 나오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산타 클로스의 문양을 새기는 것은 일반적이다. 스포츠용품사의 로고 끄트머리에 종을 매다는 재치도 발견된다. 미 언론은 어느 선수의 크리스마스 신발이 가장 멋졌는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꼭 크리스마스에만 ‘짝짝이 신발’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LA 클리퍼스의 몬트레즐 하렐은 27일 새크라맨토 킹스와의 경기에서 양발 디자인이 다른 농구화로 코트를 달렸다. 보스턴 셀틱스의 카이리 어빙은 지난 16일 짝짝이 농구화를 신고 33득점을 했다. 애초 양쪽 색깔을 노란색·보라색으로 달리해 제작된 어빙만의 농구화였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2010년 1월 캐벌리어스의 옛 유니폼 색깔과 맞춘 오렌지색·파란색 신발을 각각 신고 경기를 뛰었다.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는 다음 경기에도 짝짝이 농구화를 신고 나왔다. 그 경기에서는 왼발과 오른발의 색깔을 정반대로 바꿔 의도된 ‘미스매치’였음을 시사했다.

독특한 개성 이면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기기도 한다. 제임스는 지난 18일 워싱턴 버라이즌센터에서 또다시 짝짝이 농구화(사진)로 나타났다. 왼발은 흰색, 오른발은 검정색이었다. 뒤축에 ‘평등(Equality)’이라는 낱말이 새겨져 있었다. 경기 뒤 그는 “이곳을 누가 다스리는지 안다”며 “피부색이 어떠하든 우리 모두 같은 권리를 가졌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농구 무대에서는 버밍햄 앨라배마 대학 선수들이 2014-15시즌 흰색과 녹색의 짝짝이 농구화를 신고 뛰었다. 앨라배마 어린이 암 센터에 대한 후원을 부탁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지역 언론에 사연이 소개되자 이들의 상대팀도 짝짝이 신발을 신고 나왔다.

한국프로농구(KBL) 무대에서는 선수들의 짝짝이 신발을 볼 수 없다. 올 시즌 선수들의 유니폼 규정은 “선수는 한 조의 농구화를 신어야 한다” “농구화는 양쪽이 같아야 한다”고 돼 있다. 양말도 양쪽이 같아야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