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편소설 ‘그 집, 너싱 홈’을 출간한 김외숙(64·사진) 작가는 “가족이 늙고 병들면 남은 삶을 요양원(너싱 홈)에서 지내도록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 됐으나 가족과 격리돼 말년을 보내는 이들이 과연 환자의 권리를 누리는지 한 번쯤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집, 너싱 홈’은 위기를 맞은 한 가족을 통해 요양원 제도와 삶의 성찰,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도 사랑과 질투에 시달리는 인간의 심리, 위기를 맞은 가족이 가정을 회복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주인공 선아의 1인칭 서술로 캐나다 요양원의 실제 모습과 한국 요양원의 복지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이 작품은 최근 한국소설가협회가 주는 ‘2017년 제4회 해외 한국소설문학상’에 선정됐다. 수상을 위해 고국을 방문한 김 작가를 최근 만났다. 김 작가는 2004년 제임스 힐스 목사와 결혼한 후 캐나다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쓰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생애 끝자락에 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했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너싱 홈을 취재했으며 작품 전반에 인간에 대해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캐나다로 건너가기 전엔 서울에 요양원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서울시내와 전국에서 요양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요양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한국사회 현실을 보면서 캐나다의 요양복지 제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고, 5년 동안 요양사를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삶의 마지막에 거할 집으로 정착된 너싱 홈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너싱 홈은 깊은 외로움, 소외감만큼은 해결해 줄 수 없는 곳이어서 환자들은 몸과 함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민자 가족이 겪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 오해와 위기, 남자와 여자의 인간적 고뇌 등이 조용하게 펼쳐진 ‘그 집, 너싱 홈’은 캐나다 한국일보에 ‘체리가 익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연재돼 교민사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김 작가는 1991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그대 안의 길’ ‘아이스 와인’ ‘유쾌한 결혼식’ ‘그 바람의 행적’ 등이 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가정회복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써왔다. 2003년 한국크리스천문학상, 2010년 천강문학상, 2016년 직지문학상을 수상했다. 2005년 단편 ‘눈사태’가 한국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 문제의 소설’로 선정됐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늙고 병들어 생의 마지막에 거하게 될 집 ‘너싱 홈’
입력 2017-12-2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