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유망” 구직자 몰려
거래소도 사업확장 계획
빗썸 “500명 이상 채용”
신임 대표에 전수용 영입
前 NHN엔터 부회장 출신
블록체인협회장에도
진대제 등 유명인사 거론
다음 달 문을 여는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의 서비스 및 전략 분야 책임자(CSO) 정호윤(35)씨는 줄곧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해 왔다. 2010년 네이버에 입사해 검색 기능 등을 담당하고 SK플래닛으로 옮겨 모바일 앱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러다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씨는 “IT업계도 시장 흐름에 맞춰 포털사이트 검색 기능 강화, 전자상거래 등으로 유망 분야가 바뀐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IT·금융업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고 보고 여기에 뛰어들려는 지원자와 사업을 확장하려는 거래소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큰 일자리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거래소 코인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수시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별로 없었는데 최근엔 하루에도 50명 이상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구직자 대부분이 자산운용사나 금융투자사 등 금융업, IT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LG전자나 네이버 등 대기업에서 직장을 옮긴 사례도 드물지 않다.
거래소들도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게는 현재 인력의 배가 넘는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다음 달 초 5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빗썸의 현재 인력은 올해 초보다 약 11배 늘어난 220명이다. 콜센터 직원까지 합치면 약 420명에 달한다. 빗썸 관계자는 “신규 인력엔 콜센터와 보안 분야 담당 비중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인원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인력 70명을 100∼15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금융·IT업계 ‘거물급’ 인사를 거래소 얼굴로 내세우려는 경쟁도 한창이다. 빗썸은 이날 신임 대표로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전 신임 대표는 온라인 전자결제대행사 이니시스, 휴대폰 결제서비스업체 모빌리언스 등에서 최고경영자를 지낸 핀테크 업계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20일엔 거래소 업비트가 신임 대표에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내정하기도 했다.
거래소들이 모여 만든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초대 협회장으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포함한 유명 인사들을 검토 중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관계, 법조계, 금융권 등에서 알 만한 분들을 협회장, 고문단, 이사회 구성원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IT·금융 인재 빨아들이는 가상화폐 거래소
입력 2017-12-28 05:01 수정 2017-12-28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