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이사등재율 뒷걸음… 책임경영 퇴색

입력 2017-12-27 20:21
경영에 대한 책임 없이 권한만 누리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와 소수주주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지 않고 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비율은 17.3%로 1년 전보다 0.5% 포인트 감소했다. 분석 대상은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집단 소속 955개 계열사다.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2012년 27.2%에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총수 일가는 대형 상장사 등 소수 주력 계열사에만 이사로 등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주력 회사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율은 45.1%로 전체 계열사 평균(17.3%)의 3배 가까이 됐다. 총수는 평균 2.3개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었지만 기업별로 편차가 컸다.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등 8개 대기업집단은 총수가 이사로 전혀 등재돼 있지 않았다. 총수 일가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는 집중 참여하고 있지만 내부거래 감시 목적의 내부거래위원회에는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이사회 거수기 현상도 여전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0.6%로 1년 전보다 0.4%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가결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은 0.39%에 불과했다. 소수주주의 권한 행사 강화 방안인 집중투표제는 전체 상장사 169개 중 7개사만 도입돼 지난해(8개사)보다 오히려 줄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