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정부 여윳돈 4년래 최대
가계는 7000억 쪼그라들어
기업들 불황에 돈 쌓아두기만
세수 호황으로 정부만 여윳돈이 늘었다. 가계는 집을 사느라 자금운용 규모가 줄었고, 기업의 투자 역시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7일 3분기 자금순환 잠정치를 발표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국내 경제주체들의 자금 사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3분기 18조원을 기록해 2013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보험 주식 등으로 굴리는 돈(투자원금)에서 빌려온 돈(조달자금)을 뺀 여윳돈을 가리킨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정부의 국세 수입이 69조2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63조5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며 “세수가 일단 좋았고, 하반기엔 정부 지출 규모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가계의 여윳돈은 2분기보다 줄었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9조8000억원으로 2분기 10조5000억원에서 7000억원가량 줄었다. 10월 초 역대 최장기 연휴를 앞두고 소비가 약간 증가했고, 3분기 전국 주택 매매량이 27만9000가구로 2분기(25만8000가구)보다 늘어나는 등 신규 주택구입 호조세가 지속된 게 원인이다.
기업(비금융법인)의 3분기 자금부족액은 -1조2000억원으로 2분기(-14조8000억원)에 비해 확 쪼그라들었다. 기업이 가계에서 돈을 많이 빌려 적극적 투자에 나서야 경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즉 기업의 자금부족액이 많아야 자연스러운데, 한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업의 순자금운용이 내내 플러스를 기록하는 비정상을 보였다. 불황에 기업이 돈을 쌓아두고 투자 자체를 꺼린 탓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세수 호황에 정부만 배불러… 가계 여유자금·기업투자↓
입력 2017-12-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