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된 교회, 위기 농가 살렸다

입력 2017-12-28 00:00
만나교회 성도들이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이 교회 새가족영접실에서 곶감을 포장하고 있다. 만나교회 제공
25일 성탄예배에서 곶감을 대량 구입한 사연을 설명하는 이 교회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 제공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 성탄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올해 감 풍년으로 버려지는 곶감이 많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구호의 손길을 내 밀었기 때문이다.

이 교회 김병삼 목사는 지난주 허리통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투박한 상자가 놓여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충북 영동 물한계곡교회 김선주 목사가 연말 인사로 곶감 한 상자를 보낸 것이다.

여기저기 곶감을 나눠주고 감사의 문자를 보냈더니 “곶감 때문에 많이 어려워하는 충북 영동의 농민들을 생각해 줬으면”이라는 글이 답신으로 돌아왔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너무 감이 많이 열려 팔아도 손해가 나니 먹어도 좋을 상태인 감을 트랙터로 밀어버리는 뿔난 농민들의 모습이었다.

성탄절에 ‘오버’하는 사랑에 대한 설교를 준비하며 묵상하고 있던 김 목사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을에 곶감이 얼마나 있는지, 곶감 배달이 가능한지 물었다. 1000만원 어치 정도 사주면 전 교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수 있고, 그곳 농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오버’하는 사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냥 교인들에게 줘도 되지만 이왕이면 예쁘게 포장해주면 어떨까. 그런데 성탄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이 어림잡아도 8000명은 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포장을 하지.’

김 목사는 교회 직원들과 의논했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청소 등 나머지 일은 교역자들이 맡기로 했다.

그렇게 24일 곶감 700㎏이 트럭으로 배달됐다. 김 목사와 교역자, 교인 등 50여명은 밤새도록 정성껏 곶감 포장을 하고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이번 나눔은 ‘한 셈치고 헌금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 셈치고’는 부활절 계란 먹은 셈치고 커피 한 잔, 밥 한 끼 먹은 셈치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만나교회는 이 헌금으로 화상 환우, 외국인노동자, 출소자 등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고 있다.

곶감 포장작업을 함께 한 박동화 전도사는 “참 오랜만에 교인들과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냈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산타가 되기로 한 만나교회 교인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뜻 깊은 연말연시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조경이 성도는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도우며 곶감을 먹으니 맛있는 곶감이 더 맛있었다”며 환히 웃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