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 경찰로 만난 쌍둥이
순수로 돌아가자는 스토리
학창시절 영웅본색에 열광
누아르 만들겠다 결심
첫 구상 14년 만에 ‘꿈’ 이뤄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형 감성 누아르.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핏빛 액션을 통해 진한 형제애를 그려냈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엔 감독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던, 순수한 그 순간으로 돌아가자.’
영화는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다. 고아원에서 자란 형제는 어머니 죽음에 얽힌 각자의 트라우마에 갇혀 서로를 향한 미움을 키워간다. 20년간 떨어져 지낸 이들은 부산 최대 범죄조직이 가담한 유물 밀반출 사건을 계기로 재회한다. 동생 태성(성훈)은 범죄조직의 2인자, 형 태주(조한선)는 그를 쫓는 경찰이 된 채로.
부산 출신인 박희준(45)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구상한 건 어언 14년 전이다. 원제(原題)는 ‘우리들의 천국’이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박 감독은 “돈과 명예를 위해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건 그의 오랜 숙원이었다. 학창시절 ‘영웅본색’(1986) ‘천장지구’(1990) 같은 홍콩영화에 열광했던 그는 ‘영화감독이 되면 꼭 그런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단다. 21세기 영화계 트렌드에 걸맞은 선택이라 할 순 없으나, 그래서인지 영화에 담긴 투박한 진심이 더욱 강하게 전해진다.
“유행이 지난 장르라는 데 대한 걱정이나 부담은 없었어요. 관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요. 상업적으로 계산하기보다 작품이 지닌 의미를 먼저 따진 거죠. 시대를 불문하고 삶은 다 비슷하잖아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용가리’(감독 심형래·1999)의 각본가로 영화계에 발을 내디딘 박 감독은 홍콩배우 여명과 한국의 박은혜 이나영을 캐스팅한 SF판타지 ‘천사몽’(2001)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정준 김사랑 주연의 휴먼코미디 ‘남자 태어나다’(2002)까지 연달아 선보였으나 이후 좀처럼 연출 기회가 닿지 않았다.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빨리 영화를 만들어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죠. 명예욕 혹은 과시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신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마음이 많이 깨졌습니다.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는 ‘돌아와요 부산항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고찰해봤다. 그의 영화 인생에 이정표가 된 셈이다. 박 감독은 “화려한 블록버스터는 아닐지라도 진솔하게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1월 3일 개봉. 114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돌아와요 부산항애’ 박희준 감독이 전하려 한 진심 [인터뷰]
입력 2017-12-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