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코스피 ‘날개’, 가상화폐 ‘광풍’, 금리인상 ‘시동’… 금융 10대 뉴스
입력 2017-12-28 05:03
2017년은 금융권에 온갖 바람이 불어온 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역대 최장기 사상 최저 수준 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낮은 이자 비용을 기반으로 금융권 대출이 이어져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제부터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대출 규모 확대라는 역풍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금리 시대는 적극적 투자 열풍을 몰고 와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냈다. 하지만 일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한꺼번에 몰리며 투기 광풍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금융권의 혁신 바람도 가속도를 내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 역시 주목받은 한 해였다.
1. 한은 기준금리 인상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0.1∼0.3% 포인트 올렸다. 덕분에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속속 올라서고 있으며, 반대로 대출금리는 4% 중반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내년도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경기와 물가 회복세부터 살핀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 가상화폐 투기 광풍
역사는 반복된다. 17세기 ‘튤립파동’으로 나타났던 투기 광풍이 2017년엔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올해에만 20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 ‘알트코인’에도 수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한국은 투기 과열 양상이 더 심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붙어 외국보다 10∼30%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고, 24시간 차트만 보고 있는 ‘비트코인 좀비’ 현상도 나타났다.
3. 인터넷전문은행 돌풍
은행업계 연말 대상은 카카오뱅크에게 돌아가야 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케이뱅크가 돌풍이었다면 7월 말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태풍이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넉 달 만에 465만명 고객을 끌어모았다. 고객이 맡긴 돈 4조5200억원에 빌려준 돈 4조500억원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본점에 직원도 거의 없는 만큼 여기서 아낀 인건비 등을 고객에게 금리로 보답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단, 석 달 만에 자본금의 10%를 넘는 적자를 낸 점으로 인해 경영 능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4. 가계부채 1400조원 돌파
과거 정권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쌓여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이 집계한 가계신용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1419조1000억원으로 가구당 7269만원꼴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폭증을 동시에 잡기 위해 6·19 부동산 대책, 8·2 정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및 세종시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시행하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까지 도입했다.
5. 韓·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
한은은 11월 세계 6대 기축통화국인 캐나다 중앙은행과 금액 및 만기 제한 없는 상시적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발생 시 상대국 통화를 가져와 급한 불을 끄는 마이너스통장 개념으로 제2의 외환보유액 기능을 한다. 한은은 그에 앞선 10월에도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사드 보복으로 한·중 간 갈등이 극심하던 시점에 모처럼 나온 협력 소식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를 여러 차례 만나 정경분리 대응을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였다.
6. 천장 뚫은 코스피·코스닥
올해 증시는 ‘불마켓’(bull market·황소장)이었다. 2000∼2200선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전입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4일 2241.24로 기존 최고치(2011년 5월 2일 2228.96)를 뛰어넘고, 10월 30일엔 25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최고치 기록을 계속 써내려간 코스피는 11월 3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2557.97을 달성했다. 상승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대형주 덕분이란 점은 한계였다. 코스닥지수도 바이오주 상승세를 바탕으로 2007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회복했다.
7. 금융권 잇단 채용비리
‘신의 직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조건으로 취업준비생에겐 꿈의 직장인 금융권이 채용비리로 얼룩진 한 해였다. 금융감독원 2016년도 채용 과정에서 선발 인원·평가 방식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바꾼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우리은행도 전·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나 친인척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이광구 전 행장이 사임했다.
8. 노동이사제 도입 논란
제왕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견제인가, ‘노치(勞治)’인가.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가 다뤄지며 노동이사제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 외부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할 것과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금융위에 권고하며 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견과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반박이 충돌하고 있다.
9. 4차 산업혁명, 혁신 바람
60대가 손주 선물 대신 병원을 찾거나 20대가 학원 등록을 않고 서점에서 책을 사 독학에 나서기 시작했다면 곧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달 2억건씩 쌓이는 신용카드 결제 빅데이터에서 드러난 경기동향 사전징후다. 2017년은 금융권이 4차 산업혁명에 앞다퉈 뛰어든 한 해였다.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은행 업무를 볼 때 종이 대신 태블릿PC를 활용하는 현상이 현실이 됐다. 금융사들은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10. 초대형 투자은행 탄생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했다.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5곳에 내줬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승인을 받으며 1호 초대형 IB 타이틀을 챙겼다. 그동안 은행만 가능했던 수신 업무를 증권사가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은 심사가 보류되거나 지연돼 ‘무늬만 초대형 IB’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글=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