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또 정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해 수조원의 현금을 확보키로 했다. 조선업계 불황 탓에 내년 중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것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26일 현대중공업은 이사회를 열어 총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게 됐다”며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룹은 동시에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계획도 밝혔다.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유상증자에 120% 초과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로 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본격화될 일감 쇼크에 상당 부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올해 조선해양부문(삼호중공업·미포조선 포함) 수주 실적은 130여척, 80억 달러다. 목표치였던 75억 달러는 넘어섰지만 이 수주는 내년 실적에는 잡히지 않는다.
매출은 올해 15조원에서 내년에 13조원대로 떨어지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를 통해 이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불황에 대비한 ‘실탄’ 마련은 최근 조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올해 초 2조9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조선업은 수주에서 인도까지 평균 2∼3년의 시간 격차가 발생하는데, 2015년 세계 조선 발주량이 급감해 내년 일감이 떨어진 게 문제가 됐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현대重 1조2875억 유상증자 오일뱅크 기업공개도 추진
입력 2017-12-26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