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이어 배드민턴… ‘신동’들의 반란

입력 2017-12-27 05:02
안세영(15·광주체중3)이 지난 25일 전북 군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에서 셔틀콕을 바라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5월 충남 아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탁구경기에서 조대성(15·대광중3)이 스매싱을 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대광중학교 제공

10대 초·중학생들 성인 참가 대회서 잇달아 이변 연출

남자 탁구 대광중 3학년 조대성
종합선수권서 형님들 꺾고 4강

배드민턴 단식선 여중생 안세영
국가대표 선발전 7전 전승 기록
중학생으론 선발전 첫 태극마크


국내 최고 권위의 탁구대회인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조대성(15·대광중3)이 세계랭킹 10위의 국내 최고수를 꺾었다. 2018 배드민턴 국가대표선발전 여자단식에서는 유일한 중학생 참가자 안세영(15·광주체중3)이 전승의 기록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잇딴 이변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유소년·청소년을 체계적으로 육성한 노력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대성은 26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 남자단식 8강에서 국가대표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를 세트 스코어 4대 3으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중학생이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건 사상 처음이다. 조대성은 이어진 4강전에서는 장우진(22·미래에셋대우)에 0대 4로 패배, 결승 진출엔 실패했다.

현장의 탁구인들은 조대성이 이상수의 까다로운 구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탁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지낸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이상수는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나머지 자신의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한 반면, 조대성은 ‘형을 한번 이겨보자’며 더욱 과감하게 경기에 임했다”고 평했다.

앞서 오준성(11·부천 오정초5)이 이 대회에서 성인 선수를 이기고 초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32강에 진출하는 일이 있었다. 조대성과 오준성 등 유망주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탁구협회의 새로운 유소년·청소년 육성 기조에 따라 ‘형들의 공’을 많이 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조대성은 올해 초 ‘상비2군’ 소속이 돼 국가대표 진천 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이때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성인 선수들과 자연스레 맞붙을 수 있었다.

오준성의 경우 또래 유소년 3명과 함께 ‘국가후보단’으로 편성돼 고교생들의 공을 받아 넘기며 두려움을 떨쳤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로아티아오픈, 슬로베니아오픈에 다녀오며 경험을 넓혔다. 오준성은 유럽에 다녀온 뒤 “탁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탁구인들은 벌써 “백핸드의 안정성과 침착함은 국가대표였던 아버지 오상은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린다.

조대성과 오준성을 만든 청소년 상비2군, 유소년 국가후보단 시스템은 도쿄올림픽이 예정된 2020년까지 당분간 계속된다. 세계 각지의 오픈대회에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 ‘우물 안 개구리’임을 깨닫게 하는 충격요법도 이어질 방침이다.

신동 돌풍은 배드민턴 코트에서도 불었다. 안세영은 선발전을 거쳐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된 최초의 중학생이 됐다. 최근 2년간 안세영을 지도한 김학균 주니어배드민턴대표팀 감독은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승부욕, 꾸준함, 도전정신을 모두 가진 것은 물론, 가르침을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안세영은 매일같이 자신과 해외 선수들의 배드민턴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서는 많이 뛰는 모습을, 중국 선수들에게서는 스피드의 강점을 배웠다.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아무리 혹독해도 안세영은 절대 건너뛰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안세영의 키는 170㎝대, 몸무게는 50㎏대 초반이다. 김 감독은 “성장기라서 근력이 아직 모자란다”면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과 영양 관리를 받으면 다가올 도쿄올림픽에서 더욱 큰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배드민턴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