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TF “산입범위 확대해야” 권고안 나오긴 했는데…

입력 2017-12-27 05:02



상여금·가족수당 등
구체적 확대 폭 결론 못내
“상여금 매월 지급하면
산입 대상 포함 가능”

최저임금委·정부에 공 넘겨

노사 모두 반발… 험로 예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이 나왔다.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나왔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구체적인 최저임금 범위 확정은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와 정부 몫으로 남았다. 다만 이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논의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22일 4차 제도개선위원회에서 TF의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았고, 이를 토대로 논의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TF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도개선안에 담았다. 이는 재계 측 입장에 가깝다. 재계는 기본급 외에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종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내년부터 16.4% 인상되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줄여 기업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TF는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에 무엇을 넣고 뺄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TF 위원 중 다수는 ‘매월 지급되는 임금’만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분기마다 400만원이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매달 100만원씩 쪼개 준다면 최저임금이 되는 식이다. TF는 “기존 상여금 등을 매월 지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는 점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1년 이내 지급됐다면 모두 최저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계와 노동계는 모두 TF의 제도개선안을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여금 지급주기는 단체협약 사항인데 이를 노조 측이 1개월 단위로 바꿔줄 리 만무하다”며 “결국 매월 지급되는 기본급만 산입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과 달라진 게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본급과 성격이 전혀 다른 상여금을 단순히 지급주기에 따라 산입범위에 포함하고 말고를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상여금을 아예 기본급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한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TF는 복리후생적 임금(가족수당, 숙박수당 등)의 최저임금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저임금위로 공을 넘겼다.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고려하는 ‘근로자 생계비’를 둘러싼 논란에서는 절충점을 제시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근로자 1인의 생계비와 노동계가 주장하는 가구 생계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TF 결론이다. 업종·지역·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1월 10일에 5차 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TF 권고안에 대한 노사 입장을 받은 뒤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최종 결정은 최저임금위 논의 결과를 넘겨받은 정부가 내린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