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가로막혀… 민생법안 처리 답이 안 보인다

입력 2017-12-27 05:03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던 1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여러 쟁점법안 연내 처리가 더욱 어렵게 됐다.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이 현재 국회 상황만큼 희미하게 보인다. 뉴시스

연내 본회의 통과 난망

전안법 유예 조항 없으면
소상공인 막대한 피해 불가피
시간강사법 통과 등 애태워

與 “동시투표 약속 지켜야”
野 “동시실시는 안돼” 맞불

원내대표 회동서 이견 못좁혀


개헌 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 방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탓에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산적한 민생법안 역시 처리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여당은 연내 본회의를 여는 데 주력할 방침이지만 개헌 시기를 둘러싼 자유한국당과의 확연한 시각 차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연내 국회 본회의 개최가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가장 마음을 졸인 이는 생활용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본회의 의결이 예정됐던 전기용품·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 때문이다. 전안법은 생활용품에도 KC(국가통합) 인증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인증 비용 20만∼30만원이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와 개정안엔 대안입법이 마련될 때까지 이를 1년 유예키로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26일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사실상 생활용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창업은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안법 원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의무 인증을 지키지 않는 이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간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역시 상당수 시간강사들이 애타게 연내 국회 통과를 바라는 법안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주9시간 이상 강의하는 시간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의 시행을 2019년으로 1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간강사 단체는 12월 임시국회에서 고등교육법이 유예되지 않으면 대학이 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다수의 강사는 해고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제정안,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도 통과하지 못해 연내 처리는 어렵게 됐다.

민생 법안이 쌓여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원칙은 ‘개헌을 선거의 유불리에 악용하지 말고 지난 대선 때 세 정당이 약속했던 대로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투표로 하자는 약속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이 철회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오후 1시간여 동안 비공개 회동을 하고 본회의 개최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와 당직자들은 당초 28일 영화 ‘1987’을 관람키로 했으나 국회 파행 상황에서 영화 관람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