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17년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믿음의 본질을 고민했고, 하나 됨을 모색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동성혼, 낙태 등 거세게 밀려드는 세속 문화에 맞섰고, 정부수립 이후 처음 종교인 과세를 수용키로 했다.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주요 신학대들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대형교회의 목회 세습은 많은 그리스도인의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재난 현장에 달려가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이들은 목회자와 성도들이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선정한 ‘2017년 한국교회 10대 뉴스’를 모아봤다.
①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각 분야마다 종교개혁 정신을 돌아보는 행사와 신학·학술 연구 모임 등이 줄을 이었다. 한국교회 갱신을 촉구하는 자발적인 개혁 모임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일보와 CBS, 주요 교단이 손잡고 연중 진행한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캠페인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교회 새로운 연합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② 명성교회 목회대물림
서울 명성교회는 지난달 전임 김삼환 목사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김 목사 청빙안은 지난 10월 이 교회가 속해 있는 서울동남노회의 정기노회에서 논란 끝에 통과됐다. 이에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목회 대물림 방지법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교단 소속 목회자와 신학대 교수, 신학생 등을 중심으로 대물림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③종교인 과세, 반세기 만에 첫 시행
종교계와 정부 간 난상토론 끝에 합의된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국민개세주의와 조세평등 원칙을 내걸고 과세 시행을 설득했고, 종교계는 종교자유 침해 우려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유예안을 주장했다. 정부가 종교활동비를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는 한편 세무조사에 앞서 자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④이단·사이비 세력 확산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등 주요 교단이 규정한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활동이 거센 한 해였다. 이들 단체는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 광고성 기사를 내보내거나 공공장소에서 행사를 여는 등 조직적 세 과시에 나섰다. 중국발 이단 단체인 '전능신교'도 기독교를 위협하는 단체로 떠올랐다. 동성애자들이 주축이 된 '퀴어축제'가 전국적으로 열려 기독교계가 동성애·동성혼 실상을 적극 알려나간 해이기도 했다.
⑤한국교회총연합 출범과 연합기구 분열
16개월 진통 끝에 한국교회의 95% 이상이 참여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출범했다.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이 모두 모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교회연합 기구라는 지붕 아래 주요 교단들이 모인 건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연합(구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이은 또 하나의 교회연합 기구가 생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⑥동성애동성혼·낙태 합법화 논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동성애·동성혼 허용을 포함하는 헌법개정 시도가 기독교계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무산됐다. 개헌특위는 '양성(sex)'을 '사회적 성(gender)'으로 바꾸고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性的) 지향'을 끼워 넣어 동성애·동성혼을 합법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 동참자가 23만명을 넘어서면서 기독교계 등에서 '낙태죄 존치' 서명이 이어졌다.
⑦신학대 수난시대
총신대는 김영우 총장의 퇴진 요구가 고조되던 중에 총신재단이사회가 김 총장을 재선출했다. 이에 총신운영이사회가 신임 총장을 뽑으면서 '2인 총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로회신학대는 명성교회의 목회 대물림과 맞물려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한신대와 감리교신학대는 총장 선출을 두고 1년 넘게 교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었다가 해소 국면에 들어갔다.
⑧뜨거운 신학 논쟁
지난 9월 낙마한 박성진(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지구 나이는 6000년"이라고 답변하면서 창조과학 논란에 불을 지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오직 믿음으로'로 상징되는 칭의론과 함께 의롭다 함을 얻은 신자도 선행이 없으면 구원을 잃을 수 있다는 '유보적 칭의론'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하면서 '세대주의' 논쟁이 일기도 했다.
⑨北억류, 임현수 목사 31개월 만에 석방
2015년 1월 북한에 억류됐던 임현수(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목사(사진)가 31개월 만에 석방됐다. 그는 현지 수감생활을 공개하면서 919일 동안 2757끼 '혼밥'을 하고, 주일에 홀로 예배를 드린 횟수가 130차례나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임 목사는 "고난은 변장된 축복임을 깨달았다. 북한에 대해 원망과 상처, 불평과 불만이 없다. 하나님은 나를 연단하는 도구로 그들을 사용하셨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⑩지진·화재 참사와 한국교회 사랑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현지 교회 피해도 잇따랐다. 한국교회봉사단과 국민일보가 즉각 지진 피해 성금 모금에 나서는가 하면 피해를 입지 않은 교회 등에선 교회를 개방,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또 생필품 지원, 봉사자 파견 등 한국교회의 구호활동도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목사 2명과 성도 2명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7 한국교회 10대 뉴스] 종교인 과세·이단 대처에 함께 고민, 지진·화재로 우는 이웃과 함께 울었다
입력 2017-12-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