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빼놓고 지방분권 가능한가? <3·끝>]“부정부패·예산낭비 막는 역할…이익은 시민에게 돌아가”

입력 2017-12-26 19:05 수정 2017-12-26 22:59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1층 본회의장에서 지난 22일 '277회 정례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두 축으로 굴러간다. 국가가 국회의 견제와 감시 속에서 운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천명한 후 한국의 지방자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방의회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지방의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지방의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지방의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시의회를 잘 아는 사람을 4명 골라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지자체 감시·정책 개발 위해 전문성 갖춘 보좌진 필요"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서대문구청장을 연임하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지방분권개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방분권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방의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지방의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설사 지방의원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회가 존재함으로써 주민들은 시청이 하는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집행부(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가 있기 때문에 업무나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 공개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정부패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예·결산도 의회 심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집행부 맘대로 할 수 없고 다시 한 번 논의할 기회도 갖게 된다. 지방의회가 없다면 시청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자세히 알 길이 없다."

-서울시의원들은 정책지원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데.

"보좌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의원 중 절반만이라도 제대로 된 보좌진을 갖게 된다면 서울시가 뒤집어질 거라고 본다. 전문성을 갖춘 보좌진이 들어와서 꼼꼼하게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예산낭비를 막는다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크다. 보좌진 도입 비용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정당공천제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지방의원 대다수가 정당 공천을 통해 들어오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일반 시민이나 마을활동가, 전문가들이 지방의회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초의원 선거구제를 현재의 2인 선거구에서 4인 선거구로 개편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동욱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버스전용차로 사업 등 보람 유급제 이후 의원 수준 높아져"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유인태 전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2000년 32세 나이로 서울시의회에 처음 입성했다. 서울시의회 지방의회역량강화TF 단장을 지냈다.

-서울시의원을 10년째 하고 있다.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2014년에 정신지체아 보호시설인 인강재단의 인권침해 사실을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하고 재단 정상화 과정을 주도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사업도 시의원들이 쓴 보고서에서 출발했다. 저를 포함한 몇몇 시의원들이 브라질 쿠리치바시 견학 후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 보고서를 보고 곧바로 출장을 다녀오더니 사업이 시작됐다.”

-여전히 주민들 대다수는 지방의원 이름도 모르는 것 같다.

“무보수 명예직일 때는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들만 지방의원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보다는 사람 관계로 흘러갔고 지방의회가 발전을 못했다. 2006년 유급제가 되고 나서 수준이 나아졌다. 젊은층이 들어오고 보좌관 출신들도 들어왔다. 제가 2000년에 시의회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때는 할아버지들하고 같이 일했다.”

-지방의회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에게 자치분권에 대한 의지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정치를 안 해본 사람들이라서 지방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방의원들이 크는 걸 경계한다. 자기 선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규제로 지방의원 활동을 묶어놓고 있다.”

■윤준병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견제·비판 위해 필요한 기구 의원들 민원해결 구태 벗어나"

30조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의 총괄책임자로서 최근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심의를 마쳤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내정됐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심의가 끝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고 모범적으로 진행됐다고 자부한다. 특히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시의원들의 지역예산 확보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마련인데도 법정 처리시한(12월 15일) 내에 예산을 의결했다. 그런 점에서 국회도 못 하는 일을 서울시의회가 해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간부로서 오랫동안 시의회를 상대해 왔다. 시의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시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한다. 기능적으로는 꼭 필요한 기구라고 생각한다. 시의회가 없으면 시청이 견제 없이 가게 되지 않겠나. 구의회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시의원 정책지원인력 도입 문제도 검토할 시기는 됐다고 본다. 그러나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면 보좌진 숫자가 계속 늘어날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시의원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시의원들 개개인의 행태로 보면 지역민원 요구 등 지나친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시의원들이 시장 핵심사업 등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공무원들을 많이 괴롭혔다. 지금은 그런 걸 스스로 자제하는 것 같다. 서울시의회가 이제 9대를 맞았는데, 성년이 되면서 많이 성숙해지고 있다고 본다. 양식 있는 분들로 구성원이 대체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시청과 시의회가 견제와 균형을 잘 갖춰가면서 늘 서로에게 열려있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

■김미진 청년유권자연맹 사무총장 “일자리·주거 문제 등 심각 청년들이 참여해 목소리 내야”

청년·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확대를 목표로 활동하는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은 2013년부터 ‘청바지(청년들이 바꾸는 지방자치)’라는 이름의 프로젝트팀을 꾸려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미진 사무총장은 청바지 프로젝트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올해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했다. 참가한 학생들의 평가는?

“지방의원들이 열심히 한다는 얘기가 제일 많다. 그리고 지방의회에서 다루는 사안들이 재미있다며 흥미롭게 느낀다.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니까 그런 것 같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서울시립대 등록금이나 청년주택, 여성안심택배 같은 게 논의된다. 또 자기가 사는 동네에 어떤 건물이 생기고 앞으로 동네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게 되고. 기회가 되면 나도 한 번 지방의원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청년들도 있다.”

-왜 지방의회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나?

“청년들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지방자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 문제가 심각한데 지방의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그래서 청년들이 지방의회에 참여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지방선거를 외면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에서 청년세대는 과소 대표되고 있다. 청년들이 당장 국회의원에 도전하기 어렵다면 지방의원부터 시작하는 게 길이 될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