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인기 정책으로
떨어지는 지지율 반등시켜
경제 성적표도 아베에 유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제2차 내각이 출범한 지 5년이 됐다. 양호한 경제 성적표와 나름의 선거 승리 공식으로 권좌를 오래 지킬 수 있었다.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긴다면 최대 2021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단단한 반석 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들의 싫증과 피로감이 아베 총리의 최대 불안 요인이다.
내각 출범 5년을 맞은 26일 아베 총리는 현지 언론에 “여러 장벽과 직면했지만 5차례 선거에서 국민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아 그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각 지지율이 높을 때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선거를 맞으면 국민에게 친밀한 이슈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 표심을 잡는 ‘승리 방정식’을 확립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분석했다. 정보 공개에 역행하는 비밀보호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을 골자로 한 안보 관련법을 잇따라 날치기 통과시킨 직후인 2014년 가을에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해 연말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과 지방 처우 개선, 소비세 인상 연기를 내걸어 대승했다.
올해도 범죄의 계획과 준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한 ‘공모죄 법’ 날치기 처리에 사학 스캔들이 겹쳐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지만,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북한의 도발을 국난으로 부각시키면서 다시 승리를 거뒀다.
개선된 경제지표도 아베 총리가 선거 때마다 잘 써먹은 재료다. 막대한 돈 풀기와 규제 개혁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이 회복되고 고용환경이 개선됐다. 닛케이평균주가는 5년 동안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기업 이익 증가가 가계 소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해 개인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1월 기준 0.9%로 정부 목표(2%)에 크게 못 미쳐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계속하는 게 좋다’(35%)보다 ‘바꾸는 게 좋다’는 응답(53%)이 많이 나왔다. 자민당 중진 의원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도 “‘아베 노(No)’ 목소리가 의외로 적지 않다”며 내년 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선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그는 당내 반(反)아베 기수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과 손잡고 아베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아베 총리 5년’ 선거 필승 방정식은…
입력 2017-12-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