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갑작스럽게 나온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사임 발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획·강요한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전언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서방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4일 사우디를 방문한 하리리가 사우디 측이 제공한 사임 선언문을 낭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경호원도 한 명만 남기도록 했다고 한다.
당시 하리리는 예정에 없던 현지 TV연설을 통해 레바논 내 시아파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한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며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차량폭탄 테러로 살해당한 아버지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 역시 암살 위협을 감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방식의 사임 선언과 노골적인 이란 비판은 국제적인 관심을 촉발했고, 중동 내 시아파 대 수니파 대결 구도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레바논 안팎에서는 시아파 이란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수니파 사우디가 동맹을 결집시키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하리리를 꼭두각시로 세웠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하리리는 TV 연설 후 일주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억류설과 사우디 배후설을 더욱 키웠다.
NYT는 사우디가 하리리를 사임시켜 헤즈볼라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하리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달 18일 파리로 넘어가면서 사우디를 벗어났다. 나흘 뒤인 22일 레바논으로 돌아온 하리리는 아운 대통령의 사직서 반려를 들어 사퇴를 번복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레바논 총리 사임 발표는 사우디 작품”
입력 2017-12-26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