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여자 2인승
지난달 대회서 평창행 조건 충족
아프리카 첫 여성 스켈레톤 선수
IBSF 배려로 올림픽 티켓 받을 듯
아프리카 선수들은 육상 등 하계 스포츠에 강하다. 대대로 드넓은 초원에서 사냥과 생존 기술을 발전시킨 조상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이다. 반면 동계 스포츠엔 약하다. 눈과 얼음을 접하기 어렵고, 또 장비도 비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동계 스포츠는 ‘관람용’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계 스포츠에 도전하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늘고 있다. 동계 스포츠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일부 선수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나 출신의 아크와시 프림퐁(31)은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할 꿈에 부풀어 있다. 프림퐁은 8세 때 가나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해 단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08년 장학금을 받기로 하고 미국의 유타밸리대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팔러 다녀야 했다.
프림퐁은 2012년 네덜란드의 프레올림픽 육상 대표로 뽑혔지만 부상을 당해 그해 열린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봅슬레이로 전향해 네덜란드 남자 2인승 대표팀에 합류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그는 이번엔 스켈레톤에 도전했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출전했던 타일러 보타(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랭킹 106위인 프림퐁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게 올림픽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올림픽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6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나이지리아 여자 스켈레톤의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6)는 켄터키대에서 육상(삼단뛰기)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 졸업 후 스포츠용품사인 나이키에서 일하며 육상 선수로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아프리카 최초로 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 소식을 접했고, 스켈레톤 선수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아프리카 출신의 첫 여성 스켈레톤 선수인 아데아그보는 지난달 12일(한국시간) 처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에 4번 출전해 모두 최하위에 그쳤고 세계랭킹은 81위다. IBSF는 아프리카 출신을 배려해 내년 1월 프림퐁과 아데아그보에게 평창행 티켓을 선사할 전망이다.
아데아그보에게 영감을 준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은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허들 100m에 출전했던 육상 선수 출신 세운 아디군(30)과 은고지 오누메레(25), 아쿠오마 오메오가(25)로 구성됐다. 이들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땅 위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나무썰매 ‘메이플라워’를 타고 스타트와 주행 훈련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BSF 북아메리카컵 대회에 참가해 1, 2차 시기 합계 13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 조건을 충족시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아프리카 ‘쿨러닝’ 평창 도전장… 스켈레톤·봅슬레이 출사표
입력 2017-12-2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