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 도전
지난달 9일 FIS컵 노멀힐서 3위
국내 유일 노르딕복합 선수 박제언
대표팀 감독 아버지와 올림픽 동행
알파인 스키 정동현 세 번째 출전
2018년은 한국이 동계올림픽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지 70년째 되는 해다. 한국은 1948 생모리츠대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왔다. 빙상 종목은 강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아직 설상에서는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한국 스키 대표팀 선수들이 가슴에 품은 새해 소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달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박규림(19)과 박제언(25)은 동계 종목에서 ‘유일무이’한 선수들이어서 자신의 첫 올림픽 등정에 대해 감회가 남다르다. 박규림은 한국 유일의 여자 스키점프 국가대표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9년 한국 남자 스키점프 선수들의 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를 본 뒤 큰 감동을 받았고, 그로부터 2년 후 부모님의 반대를 뿌리치고 스키점프를 배우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지난달 9일 캐나다 휘슬러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5차 국제스키연맹(FIS)컵 대회 여자 노멀힐에서 박규림은 총점 190.3점을 받아 국제대회 사상 처음으로 3위를 했다. 올림픽 메달이 꿈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박규림은 “‘여자 스키점프 선수 1호’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올림픽에 임하겠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특히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아낌없이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박제언은 국내 유일의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결합) 선수다. 어린 시절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였던 아버지 박기호 현 노르딕복합 대표팀 감독을 보면서 자연스레 스키를 접했다. 박제언은 사제지간이 된 아버지와 함께 ‘첫 올림픽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노르딕복합 종목의 개척자라고 불러주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께 노르딕복합 종목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알파인 스키 간판 정동현(30)은 2010 밴쿠버, 2014 소치대회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동계 종목 베테랑이지만 그 역시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는 특별하다. 정동현은 “한국 특히 제 고향 강원도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원도 고성에서 나고 자란 정동현은 아버지와 삼촌, 형 등 스키선수 출신 가족의 영향을 받아 세 살 때부터 설원을 누볐다. 광산초 흘리분교 1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4학년 때 출전한 동계체전에서 3관왕에 올라 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정동현은 그러나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세계 최고 실력자들과의 격차를 절감해야 했다.
정동현은 “한국이 아직 설상 종목에서 다른 강국과의 실력차가 있다”면서도 “한국의 훈련 환경이나 여건이 개선된다면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평창에 오셔서 세계인의 축제를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새해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여자 스키점프 대표 박규림, 힘찬 비행 꿈꾼다
입력 2018-01-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