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위기에 강한 남자… 양희종, 코뼈 부상 ‘마스크맨’ 투혼

입력 2017-12-26 18:51
안양 KGC인삼공사의 양희종이 지난 22일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정규리그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드리블을 하고 있다. KBL 제공

허슬 플레이·궂은 일로 헌신
3라운드 8승 1패 상승세 이끌어


“마스크요? 솔직히 불편합니다.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잠시 잊는 거죠. 몸싸움 하고나서 마스크가 틀어지면 신경이 곤두서요.”

안양 KGC인삼공사의 주장 양희종은 지난달 4일 원주 DB전에서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디펜딩 챔피언’ KGC는 1라운드에서 5승 4패로 주춤했다. 양희종은 쉴 수 없었다. 부상 이후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전을 감행했다.

그는 2007년 프로 데뷔 후 ‘수비 잘하는 선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마스크를 쓴 채 고감도 3점슛을 터뜨리며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1라운드 30%에 그쳤던 3점슛 성공률은 3라운드를 마친 26일 현재 40.7%까지 치솟았다. 양희종은 이날 “프로에서 두 번째 우승을 경험한 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정현(전주 KCC) 이적 후 공격 횟수가 늘면서 슛 감각도 좋아졌다”고 슛 호조의 비결을 밝혔다.

그런데 양희종은 사실 이번 부상 때문에 “많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부상 투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부에 꼭 아파야 잘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데 초반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하위권으로 처진 게 맘이 아팠다”며 “후배들이 의기소침하거나 조급해하는 모습이 보여서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보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궂은 일로 팀에 헌신해 왔다. 특히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줘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는 3점슛 8방을 꽂아 서울 삼성의 추격 의지를 뿌리째 끊었다. 2011-2012 시즌 동부(현 DB)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선 경기 종료 직전 동점 상황에서 결승 뱅크슛을 성공해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 이란전에서는 4쿼터 팁인슛에 이어 추가 자유투를 성공하며 한국의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양희종은 “어릴 때부터 청소년 대표 등을 통해 큰 경기를 많이 해봐서 긴장하기보다는 즐기자는 마음이 크다. 승부욕이 강해 위기 때 나도 모르게 힘을 내는 것 같다”고 했다.

KGC는 3라운드 8승 1패로 상승세를 타면서 시즌 16승 11패를 기록, 울산 현대모비스와 함께 공동 4위가 됐다. 선두 DB(18승 8패)와의 승차는 2.5경기다. 양희종은 “28일부터 시작되는 4라운드에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 상위권 도약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