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구조의 변화를 담은 직업분류가 11년 만에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직업분류’를 11년 만에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직업분류는 취업알선 서비스, 노동력 통계조사 과정에 주로 쓰이며 고용정책 입안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우리의 직업분류는 2000년 ‘미국직업분류’를 모델로 처음 개발됐으며 2003년, 2005년에 이어 2007년에 개정된 후 이번에 다시 보완되는 것이다.
직업분류가 새로 정리된다는 것은 직업을 통해 영위되는 우리 삶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신종 직업으로 바뀌는 사회상을 확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직업으로 취급되지 않은 일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유의미한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번에 신설된 육아도우미·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태 돌봄은 가족구성원, 그 중에서도 여성이 당연히 무급으로 맡는 단순기능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 성 역할 변화로 전문직업인이 담당하는 영역으로 수용된 것이다. 또 ‘데이터 전문가’나 ‘반려동물 미용 및 관리 종사원’이 새로운 직업에 추가된 것도 일자리 환경이 변모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직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 수단이 아니다. 자아성취의 통로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직업유형은 지금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급변할 것이다. 학교 교육 및 사회 재교육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현재의 학제 개편 등 제도권 교육체계 전반을 시급히 재검토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에 맞도록 취업교육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청년실업 대책 역시 진화되는 직업수요와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이 접목돼야겠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 공동체에 대한 기여 등의 잣대로 직업을 가름하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설] 바뀐 사회상 담은 11년 만의 ‘직업분류’ 개정
입력 2017-12-26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