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수천억원 규모의 증설 및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계 호황을 발판으로 고부가 제품군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LG화학은 2019년 상반기까지 전남 여수공장에 3000억원을 들여 아크릴산 18만t과 SAP(고흡수성수지) 10만t을 증설한다고 26일 밝혔다. 증설이 완료될 경우 LG화학은 아크릴산 70만t과 SAP 50만t의 대규모 일관생산 체계를 갖춘다.
아크릴산은 SAP의 주원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아크릴 섬유 도료 점·접착제 코팅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약 590만t으로, 3년 후에는 675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SAP는 최대 50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하는 뛰어난 흡수력과 보수력(물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능력)을 가진 특수 고분자 소재다. 생산량의 90% 이상이 기저귀나 여성용 위생용품에 사용된다. 아크릴산과 SAP 모두 고도의 생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재로 소수 업체만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증설을 통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가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CC(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프로필렌 체인의 수직 계열화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이밖에 지난해 고부가 합성수지 엘라스토머 증설에 4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건립 및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에 23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토탈도 지난 11일 충남 대산공장의 폴리에틸렌 생산 시설 증설을 위해 362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재 연간 72만t의 폴리에틸렌 생산 능력은 112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타이탄이 지난 16일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한 데 이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100만t 규모의 에탄크래커(ECC) 및 연산 70만t 규모의 MEG(모노에틸렌글리콜)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석유화학 ‘슈퍼사이클’로 실탄이 풍부해진 데다 몇 년간 저유가로 글로벌 신증설 계획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저유가와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지난해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돼 산업 전체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증설계획 수립 후 생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업계 특성상 호황기 선제적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석유화학 국내 투자 붐
입력 2017-12-26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