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이맘때면 내년도 경제에 대한 각종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팍팍한 경제 현실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궁금증과 함께 약간의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에 봄날이 온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는 회복 추세로 경제성장률과 무역이 나란히 반등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로 지역 등 선진국 모두 금년 하반기 들어 산업생산증가율이 상반기 대비 개선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동유럽, 남미 등 신흥국 경제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7년 2.9%(추정), 2018년은 3.0%로 전망된다.
주요국별로 보면 미국은 견조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2.5% 성장이 전망되고, 일본도 내수경기 회복과 아베 정부 정책 불확실성 감소로 1%대 성장세 유지가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잠재적 위협 요인도 많지만 구조개혁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6%대 중반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체감 경기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상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2.9%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 전망이 밝으면 수출수요 증가로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통상 마찰이 점증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 조치가 증가하고 있어 반드시 낙관적이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은 트펌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공세가 집요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 중국 역시 비슷한 형편이다. 반드시 사드 문제 때문만도 아니고 이미 수년 전부터 삼성, 현대차 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수출 및 경쟁력에 무형의 자산으로 작용하는 국가 프리미엄은 이전 정부에서 이미 까먹은 지 오래되었고, 일부 대기업 및 오너의 갑질과 불미한 사건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신문 사회면을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이기주의에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형국이다.
극단적 이분법도 문제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 흑과 백, 내편 아니면 적.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산자와 소비자, 주인과 고객, 시장과 관리, 성장과 분배 등. 뜬금없이 이분법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분법이 정책의 선택과 운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중국조차 40년 전에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덩샤오핑이 시장의 도입이 사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모순으로 보이는 시장과 계획을 동시에 운용하면서 중국 경제는 이만큼 성장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있다. 새 정부 들어 국가 위신은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해외 수출전선과 경제일선에선 여전히 많은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한국 기업보다 기술력, 자본 등에서 훨씬 앞서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한국 기업과 제품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어정쩡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은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당연한 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우리 제품의 경쟁력 확보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만들어지고 있는가, 총체적인 지원을 위한 국가 신인도와 국가 프리미엄 확보 노력은 어떠한가 등등. 전망은 항상 불확실하고 정확하기도 어렵다. 과연 새해 한국 경제에 봄날은 오려나.
유진석 동북아미래연구소 소장
[경제시평-유진석] 한국경제에 봄날은 오나
입력 2017-12-26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