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과 부정부패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알베르토 후지모리(79·사진) 전 페루 대통령이 12년 만에 풀려났다고 영국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의료진이 후지모리가 불치병에 걸렸고 감옥에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사면 결정을 발표했다. 후지모리는 전날 혈압 저하와 심장박동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미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후지모리의 입원이 석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페루에서는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후지모리를 사면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쿠친스키 탄핵안 표결 때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와 막내아들 겐지가 이끄는 다수 야당 민중권력당이 후지모리 석방과 탄핵 반대표를 거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초 통과가 예상됐던 탄핵안은 민중권력당 의원 10여명이 기권하며 부결됐다.
리마 시내 산마르틴 광장에서는 규탄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로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집권 ‘변화를 위한 페루인당’ 소속 국회의장 비센테 제발로스는 사면 결정에 반발해 탈당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12년 만에 석방
입력 2017-12-2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