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재질… 화재에 취약
일부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
최초 신고자 1층 카운터 여직원
警 “1층 배관 작업 50분 뒤 발생
구체적 화재원인 특정 어려워”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사고는 건물 내부에 설치된 화물용 소형 승강기가 화재를 급속도로 키운 원인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6, 7층에서 사망자가 무려 9명이나 발생한 요인으로 화물용 승강기가 지목된 것이다.
소방 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화재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1층에서 발생한 불길과 연기가 수건 등 사우나 물품을 나르는 용도로 사용되는 화물용 승강기가 운행되는 통로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며 이 부분을 화재가 고층까지 번진 요인으로 지목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중앙계단 옆에 24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승객용 엘리베이터 부근에 2∼8층을 오가는 화물용 승강기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사우나나 피트니스센터 등에 필요한 수건, 물품을 나르기 위한 용도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화물용 승강로가 방화 재질이 아닌 가연성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승강기 윗부분은 나무 위에 타일로 마감돼 있었기 때문에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위쪽으로 급격히 올라갔다”며 “이 정도 건물의 규모라면 층 사이를 벽돌 등으로 방화벽을 쌓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와 달리 화물용 소형 승강기와 승강로가 가연성 소재여서 화재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연성 외장 마감재인 드라이비트와 관련, “드라이비트의 불길이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건물 내부로 불길이 번진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도 드라이비트보다 승강기와 승강로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화재 당시에는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 달리 건물 내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비상벨과 건물 내 소화기 3대가 정상적으로 작동됐고 일부 층에서는 스프링클러도 작동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작동한 개수와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화재의 원인 규명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초 화재 신고자는 1층 출입구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으로 확인됐다”며 “이 직원이 유선전화로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또 “화재는 발화지점인 1층 천장에서 배관작업을 끝내고 50분 뒤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이 얼음을 깨는 작업을 한 시간과 불꽃이 튄 시간과는 50분 정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층 천장 내부에는 보온재와 함께 동파 방지를 위한 열선과 발열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화물용 승강기 ‘불의 통로’ 역할… 제천 화재 참사 원인 분석
입력 2017-12-25 18:50 수정 2017-12-25 23:17